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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9시간마다 1개씩 매장 늘린다는 스타벅스, 그 속에 담긴 불안함은?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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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마다 1개씩 매장 늘린다'…2025년까지 중국 매장 9000곳 운영할 것

지난 13일(현지시각), 스타벅스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2025 중국 비전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앞으로 3년간 ‘9시간마다 1개꼴로’ 3000곳의 신규 매장을 열어, 2025년까지 중국 내 300개 도시에서 9000곳의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신규 매장 확대와 동시에, 스타벅스 차이나는 신규 직원 3만 5000명을 고용하고, 순이익 2배 성장과 매출 4배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36kr]

[사진 36kr]

2022년 7월 기준,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 3만 49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중국 매장은 전체의 16%인 5700여 개에 달한다. 스타벅스의 중국 내 매장 수는 지난 10년간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차(茶)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서 스타벅스는 고급화와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단숨에 중국 시장 커피 강자로 군림했다.

한동안 적수 없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스타벅스는 2019년 토종 브랜드 루이싱커피(瑞幸∙Luckin Coffee)의 도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당시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3년 전 케빈 존슨 전 스타벅스 CEO는 루이싱커피가 스타벅스를 능가할 수도 있겠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unlikely(그럴 것 같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제는 충분히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달리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163.com]

[사진 163.com]

스타벅스 턱밑까지 쫓아온 루이싱커피, 매장 수는 이미 앞섰다

2022년 2분기 스타벅스의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한 5억 4000만 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동일 매장의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해 3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에 루이싱커피의 올해 2분기 매출은 4억 9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4년 전 10배에 달했던 둘 간의 매출 격차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좁혀진 모습이다.

매장 수 방면에서는 루이싱커피가 스타벅스를 추월했다. 회계 부정 사태 이후 복귀한 루이싱커피는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면서, 올해 2분기 매장 수 7195개를 달성했다. 이로써 루이싱커피는 중국에서 5175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스타벅스를 능가했다.

중국 시장 부진은 코로나 19 탓?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스타벅스는 중국 시장의 핵심 지표 하락을 코로나 19 탓으로 돌렸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부터 현재까지 코로나 19 여파로 중국 내 매장 3분의 1이 임시 휴업에 들어가거나 배달 주문만 받아 타격이 컸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중국 매장은 1,2선 도시의 대형 쇼핑몰에 밀집해 있어, 주요 도시 봉쇄로 인한 충격에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됐던 상하이에서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940개 매장이 60일 넘게 정상 영업을 하지 못했으며, 베이징에서는 150개 매장이 6주가량 문을 닫아야 했다. 이로써 스타벅스의 3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으며, 중국 시장이 스타벅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만에 12%에서 6.7%로 쪼그라들었다.

2017-2024년 중국 원두커피 시장 규모 [사진 金融界]

2017-2024년 중국 원두커피 시장 규모 [사진 金融界]

그러나 중국 커피 시장의 최근 성장세를 보면, 스타벅스의 부진을 코로나 19 탓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 15일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2022년 중국 원두커피(現磨咖啡) 산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8.9% 증가한 876억 위안(약 17조 4700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2019년 484억 위안(약 9조 6550억 원), 2020년 631억 위안(약 12조 5880억), 2021년 876억 위안(약 17조 4760억 원)으로 끊임없이 성장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36% 성장한 1191억 위안(약 23조 76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중국의 커피 시장이 코로나 19와 관계없이 꾸준히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분별한 매장 확대보다도, 커피 춘추 전국 시대에서의 생존책 모색해야
중국 커피 시장의 전체 파이는 커지고 있는데, 스타벅스 몫의 파이는 작아지고 있다. ‘9시간마다 신규 매장 1개 추가’라는 특단의 조치가 나오게 된 이유다.

이번 발표를 통해 스타벅스는 빠른 속도로 매장 수를 늘려 날로 커지는 중국 커피 시장의 파이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매장 확대만으로는 스타벅스가 중국 시장에서 겪고 있는 실적 부진을 타개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스타벅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첫째는, 하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를 찾는 것이다.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커피 브랜드와 체인점은 대부분 1,2선 대도시와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북부 및 중서부 지역과 하침 시장(下沉市場)의 성장 공간은 큰 편이다.

하침 시장은 중국의 3선 이하 지방 도시와 농촌 지역을 뜻하며, 최근 들어 주민들의 소비력이 향상되면서 이 지역의 소비경제가 활황을 띠기 시작했다. 이에 스타벅스도 하침 시장으로의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으나, 그 길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침 시장 소비자들은 소비에 있어 ‘가성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58퉁전(58同鎮)의 조사에 따르면, 제품 구매 시 품질과 가격을 최우선시하는 소비자가 각각 69.5%, 66.9%를 차지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하침 시장 소비자에게 스타벅스가 펼쳐왔던 고급화 전략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불어 루이싱커피 역시 하침 시장으로의 침투를 가속하고 있어, 스타벅스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은 통상 40위안 (약 7980원) 안팎이지만, 루이싱커피는 최근 가격 인상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20위안 (약 3990원)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커피 시장 생태계 [사진 前瞻經濟學人]

중국 커피 시장 생태계 [사진 前瞻經濟學人]

둘째는,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찾는 것이다.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루이싱커피 만이 아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매너(Manner), 시소(Seesaw) 등의 신규 커피 브랜드가 MZ 세대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으며, 시차(喜茶), 나이쉐더차(奈雪の茶) 같은 차 브랜드도 커피 시장 침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외에도 석유, 중의약, 만두 기업에 이어 관공서인 우체국까지, 중국에서 스타벅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경쟁자는 업계를 뛰어넘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이들은 이색적인 신메뉴나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점점 더 많은 중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반면에 현재의 스타벅스는 브랜드 파워말고는 맛과 가격, 혁신 측면에서 이들에게 모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분별한 세력 확장에 앞서, 레드오션인 중국 커피 시장에서 어떠한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울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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