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손 떼는데… ‘난공불락’ 일본 시장으로 향하는 BYD

중앙일보

입력 2022.09.29 07:30

지난 2010년 BYD 판촉행사에 참석한 찰리 멍거(좌측), 워런 버핏(가운데), 빌 게이츠(우측) [사진 바이두]

지난 2010년 BYD 판촉행사에 참석한 찰리 멍거(좌측), 워런 버핏(가운데), 빌 게이츠(우측) [사진 바이두]

지난 8월 24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지분을 일부 축소했다. 지난 9월 2일 버크셔는 비야디 주식을 추가로 축소하며 결과적으로 비야디 주식의 18.87%인 2억 7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08년 비야디 투자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보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시장은 크게 들썩였다.

비야디의 주가는 워런 버핏의 매도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7월 초 이후 지난 20일까지 비야디 주가는 약 18% 하락했다. 그러나 부진한 주가와 달리 비야디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비야디는 완성차·배터리·반도체를 모두 자체 생산하며 세계 완성차 회사 중 전기차 생태계를 가장 잘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부터 비야디는 내연기관 차량 제조를 중단하고 친환경 차량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에 전념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비야디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5.7% 증가한 1506억 위안(약 28조 6000억 원)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6% 급증한 36억 위안(약 6840억 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넉 달 연속 월 10만 대를 돌파했다.

테슬라도 제쳤다. 비야디는 최근 글로벌 신에너지차 상반기 판매량 1위를 탈환했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인 클린테크니카는 지난 1~7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조사해 상위 20개 모델을 선정했다. 중국 내수용 전기차를 포함하면 테슬라가 58만 1446대, 비야디가 70만 4228대로 비야디가 앞선다. 비야디는 이처럼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8월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ChinaJoy)'에서 비야디가 새로운 중국식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IC]

2021년 8월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ChinaJoy)'에서 비야디가 새로운 중국식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IC]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이들에게 해외 진출은 낯선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는 항상 ‘가성비’로 통했다. 진출 국가는 개발 도상국가가 대부분이었다. 중국 승용차연합회(乘聯會)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자동차의 수출 차량은 총 201만 5000대, 수출국은 대부분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수출 차종이 중저가에 집중됐다.

비야디는 유일하게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 자동차 강국에 진출한 유일한 중국 독자 브랜드다. 특히 현지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다른 중국 자동차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높다. 이유가 뭘까.

2010년 비야디 창업자 왕촨푸(王傳福)는 “신에너지차의 보급은 대중교통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버스’를 이용해 발판을 마련하고 나아가 승용차 사업까지 확대하는 모델을 구축했으며, 이는 비야디의 해외 판매 전략이 됐다. 2013년 비야디 K9 순수 전기버스는 국제적으로 가장 엄격한 인증 시스템 중 하나인 EU차량유형승인(EU WVTA) 인증을 통과하며 유럽 국가에 진입하는 '입장권'을 획득했다. 그해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비야디에 35대의 전기버스를 발주했고, 이는 그해 유럽 최대 순수 전기버스 수주였다.

비야디의 순수 전기 버스. [사진 BYD]

비야디의 순수 전기 버스. [사진 BYD]

2014년 비야디 K9은 미국의 까다로운 Altoona(알투나) 테스트 (미국 연방 도로청이 실시하는 차량 안정성, 내구성 테스트)에 통과했고, 2015년부터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지에 첫 신에너지 버스 수주를 잇달아 따냈다. 2016년엔 북미 시장을 휩쓸고 캐나다, 캘리포니아, 아르헨티나 등 신에너지 버스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며 중남미 시장에서 1순위 선택지가 됐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비야디는 4년 연속 전기버스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때 미국 전기버스 시장의 80% 이상과 영국 전기버스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전기버스의 평판을 바탕으로 비야디는 점차 승용차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3년 홍콩에서 비야디e6 순수 전기 택시가 첫 운행을 시작했다. e6는 비야디가 2009년 야심 차게 개발한 장거리 주행 전기자동차다. 2015년 방콕에 상륙한 e6는 태국에 진출한 최초의 신에너지 차량이 됐다. 2016년 e6는 호주 자동차 디자인 규정인 ADRs(Australia Design Rules)를 성공적으로 통과하여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기업 최초로 해당 규정을 통과했다. 2018년엔 탕(唐·Tang) EV를 브라질에서 공식적으로 출시했고 지난해 노르웨이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해 출시 1년 만에 1천 대를 인도했다.

비야디 전기차 ‘e6’. [사진 BYD]

비야디 전기차 ‘e6’. [사진 BYD]

비야디는 해외 자동차 사업을 태양광·에너지 저장·궤도교통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영국·일본·미국·프랑스·헝가리에도 생산기지를 구축했으며, 현재 비야디 신에너지차 제품은 세계 6대륙 70여 개 국가와 지역에 퍼져 400여 개 도시의 녹색 교통과 이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비야디는 ‘난공불락’ 일본 시장으로 향한다.

비야디는 지난 7월 21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BYD오토재팬 설립과 함께 위안(元)PLUS, 돌핀, 씰(Seal) 등 전기차 3종을 공개하며 일본 시장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위안(元) PLUS는 2023년 1월, 돌핀과 씰(Seal) 각각 2023년 중순과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 면에서 볼 때 일본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일본 완성차 내수시장은 중국(2627만 대)과 미국(1541만 대)에 이은 3위(445만 대)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1일, 일본 도쿄에서 공개한 비야디의 전기차 3종. [사진 BYD]

지난 7월 21일, 일본 도쿄에서 공개한 비야디의 전기차 3종. [사진 BYD]

그러나 일본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 무덤’으로 통한다. 일본 내수시장은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 445만 대 중 토요타, 혼다, 닛산 등 현지 브랜드 판매량이 416만대로,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했다. 과거 현대, 포드 등 자동차 대기업이 일본 시장 진출에 번번이 실패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수출도 일본 시장에선 오랫동안 멈췄다.

일본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10% 미만으로, 폭스바겐·다임러·BMW 등 독일계 차량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와 다른 유럽 브랜드들은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 중국 브랜드는 더욱 그렇다. 그런 비야디가 노리는 것은 거의 공백에 가까운 일본 전기차 시장이다.

일본은 전통적인 내연기관차의 강국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자동차 시장으로 간주된다. 일본의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 특히 순수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뒤처져있다. 2021년 일본의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4만 5천 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1%에 불과하다. 이 중 순수 전기차는 2만 대 미만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의 0.45%를 차지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에너지 자동차의 국제 시장 경쟁에 직면한 일본은 수소 에너지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기타 분야의 보급을 가속하고 일본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및 제한 정책을 도입했다. 2030년까지는 일본 승용차 신차 판매 중 친환경 자동차의 비중을 현재의 36%에서 50~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진 BYD]

[사진 BYD]

비야디엔 지금이 일본 진출의 적기인 셈이다. 비야디는 일본 전기버스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비야디는 버스를 활용해 거점을 마련하고 승용차 사업을 확대해 일본 시장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 ‘일본통’으로 통하는 류쉐량(劉學亮)을 BYD오토재팬 지사장으로 지명했다. 류쉐량은 2004년 비야디 합류 이후 아태 지역의 업무를 운영 및 관리하고 장기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류쉐량은 “비야디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최초의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되도록 돕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야디가 일본에 출시 예정인 위안(元)PLUS, 돌핀, 씰(Seal) 차량은 일본 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선정했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중국 시장과 달리 일본 시장은 소형차(경자동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료 절약은 물론 저렴한 가격, 일본 브랜드 차량보다 넓은 탑승 공간 등 다양한 현지 전략을 통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가와노 요시아키(川野義认为) 일본 차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일본 차 시장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신에너지차는 중국 업체들이 진출할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비야디가 철옹성 같은 일본 전기차 시장을 뚫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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