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 딱해서 재워줬다"…광주 여중생 데리고 있던 20대 변명

광주 서부경찰서. 뉴스1

광주에서 한 여중생이 두 달째 연락이 두절됐다가 발견된 가운데, 자신의 집에서 이 여중생을 두 달 넘게 데리고 있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는 가출 청소년을 데리고 지내면서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실종아동보호법 위반)로 20대 남성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지난 7월 1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광주 모 중학교 학생 B(14)양이 가출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대전시 유성구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실종 68일 만인 지난 23일 대전시 유성구 한 식당 앞에서 B양을 발견한 직후 A씨를 체포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모바일 게임 메신저에서 만난 B양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자신이 사는 대전에 올 것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출해서 오갈 데 없는 모습을 보고 처지가 딱해 집에서 재워줬을 뿐이다. 협박이나 감금 등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양은 지난 7월 18일 학교에 휴대전화와 가방 등 소지품을 남겨놓고 잠적했다.

가족의 신고로 행방을 추적하던 경찰은 B양이 고속버스를 이용해 대전으로 가 택시를 타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 화질이 좋지 않아 택시의 차량번호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이후 행적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이후 B양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대전 지역 한 식당을 중심으로 잠복·탐문 수사를 벌여 B양을 발견했다.

B양은 현재 아동전문보호기관에서 정서적 안정을 위한 상담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양의 범죄 연루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