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엄마, 3일 연락 안되면 신고해"…韓 8명 감금한 中조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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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중국계 범죄조직에 유인돼 두 달간 감금됐던 한국인이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경찰의 합동작전으로 구출됐다.

한 달 7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는 구인광고에…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충남 보령에 사는 40대 남성 A씨가 필리핀으로 출국한 건 올해 7월 말이다. A씨는 경찰에 “원래 현지에 사는 지인의 가게 운영을 돕기 위해 건너갔지만 한 달에 7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는 내용의 구인광고를 보고 중국 조직에 합류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씨가 찾아간 곳은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불법 온라인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중국계 범죄조직이었다. 이들은 약 2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범행 가담을 강요받자 탈퇴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두달 간 건물 밖으로 일체 나갈 수 없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조직원들은 전기고문 영상까지 보여주면서 A씨를 겁박하고 폭행했다.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 코리안데스크. 중앙포토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 코리안데스크. 중앙포토

 경찰이 A씨 소재 파악에 나서게 된 건 아들이 염려된 어머니가 지난 14일 오후 4시쯤 인근 경찰서(보령경찰서)와 외교부에 신고를 하면서부터다. 어머니는 같은날 오후 12시쯤부터 아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A씨는 일주일전인 지난 7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3일간 연락이 안되면 대통령에게 신고해달라. 거대 중국조직이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경찰청으로부터 신고 내용을 전달받은 코리안데스크가 감금장소로 특정된 3층 규모의 사무실 건물 내부로 진입한 건 오후 11시 30분. 관련 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 반만이었다.

경찰 강제진입에 놀란 범죄조직, 나머지 7명 스스로 풀어줘

 필리핀 경찰과 해당 장소로 출동한 코리안데스크는 A씨가 감금돼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구출해냈다. 그런데 풀려난 A씨가 주필리핀대사관 경찰 주재관에게 털어놓은 말은 놀라웠다. “같은 장소에  7명의 우리 국민이 더 감금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필리핀 경찰청과 2차 작전 협의가 시작됐다. 다행히 현지 수사기관의 추가적인 강제진입을 우려한 중국계 조직이 다음날 7명을 스스로 풀어줬다. 경찰은 A씨를 15일 자정경 한국으로 귀국시킨 데 이어 남은 7명에 대해서도 신변보호와 귀국을 지원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 전역에서 중국계 불법도박 조직원들에 의한 중국인 살인·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들도 관련 조직에 개입하는 정황이 확인된다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경찰청은 국외도피사범 송환과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 공조 수사를 위해 2012년부터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교민 보호 업무도 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범죄조직들이 온라인 구인광고로 우리 국민을 유인해 협박과 감금을 일삼으며 다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범행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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