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르면 13일 새 비상대책위원 명단을 발표한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등 여당 주요 당직자들은 오후 2시부터 비공개회의를 열고 비대위 구성 일정을 논의했다.
정 위원장은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새 비대위 구성은 서둘러서 예정대로 할 것”이라며 “비대위 규모는 9~10명으로 잡았고, 3명(비대위원장,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은 당연직이기 때문에 새롭게 6~7명의 원내외 인사를 망라해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르면) 내일까지 위원 인선을 마치는 대로 발표하고,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완료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당내에는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 판단이 마무리된 뒤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정 위원장은 빠른 비대위 구성을 공언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법원의 (비대위) 직무정지 여부 판단이 언제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에 마냥 공백 상태로 갈 순 없다”며 “서둘러 비대위를 구성해야만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일정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려면 비대위부터 구성해야 한다.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의 협의를 거쳐야만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비대위’에 참여했던 비대위원들은 전원 교체된다. 정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는데, 이전 비대위원 명단을 또 올리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악법도 법이듯 법원 판결에 공당으로서 따라야 한다”며 “최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시빗거리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새 비대위는 다음 달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등을 고려해 ‘정책통’ 콘셉트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 임기가 정기국회 시즌과 겹치기 때문에 국감 대응에도 상당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 지도부가 꾸려지기 전까지는 비대위가 여야 사법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인선 시 이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내 인사 중 율사 출신을 한 명 포함할 계획이고, 원외 인사는 첨예한 정치 이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확실히 낼 수 있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임명할 것”이라며 “특히 지역 안배도 중점적으로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추석을 기점으로 여당이 당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준석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당헌 개정안과 정 위원장 직무 집행을 막겠다며 추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51부(수석부장 황정수)가 14일 오전 11시부터 심리를 진행한다.
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으로 비상 상황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만큼 가처분이 또 인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심하면 안 된다”는 기류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 측은 “당헌 개정은 헌법이 금지한 ‘소급 입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처분이 또 인용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심리 개시부터 결정까지 9일이나 걸렸던 지난번 가처분처럼 법원 판단이 늦어지면 여당은 정기국회 초반 피 말리는 시기를 보내야 한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당에 대한 법원의 과도한 개입은 사법자의 선을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법원의 판단을 피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가처분 결과만 무작정 기다리다가는 새 원내대표 선출이 늦어지는 등 스텝이 꼬일 수 있다”며 “가처분 기각을 전제로 우리 호흡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이날 “제 스타일상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 한다”며 비대위 출범 뒤 국회부의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이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선 “법대로 가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도 이 대표가 정말 사법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하겠나”라며 “대한민국 법은 대통령도 감옥에 보내는 지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