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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뿜는 '초록 쓰레기' 뒤덮인 제주 해변…'주황 조끼'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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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도 해안 정화 활동이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파래 및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중앙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도 해안 정화 활동이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파래 및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바다가 아니라 파래밭이네요”

26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변. 250m 길이 해변이 잔디밭으로 보일 만큼 초록색으로 뒤덮였다. 푸른 비닐처럼 생긴 녹조식물(해조류)의 정체는 구멍갈파래다. 햇빛에 드러난 구멍갈파래는 모래나 돌 위에서 부식해 비릿한 악취를 내뿜는다. 가까이 다가가니 썩은 파래 더미 위로 날파리 떼가 날아다녔다. 파래로 가득한 바구니를 든 최승호(47)씨는 “마스크를 안 쓰면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4시간 동안 쌓인 파래 더미 285t

 중앙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도 해안 정화 활동이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파래 및 쓰레기 수거를 하기 전(위)과 후(아래)의 해변 모습. 김경록 기자

중앙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도 해안 정화 활동이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파래 및 쓰레기 수거를 하기 전(위)과 후(아래)의 해변 모습. 김경록 기자

이날 주황색 조끼를 입은 중앙그룹 임직원들이 파래 제거에 나섰다. 노란 형광색 조끼를 입은 신양리‧성산읍 주민들과 해병대 제9여단 장병들까지 130여명이 파래 더미를 뜯고 날랐다. 이번 봉사는 중앙그룹의 환경 보호 사회공헌 활동인 ‘그린 메신저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봉사단은 지난해에도 제주에서 바다 쓰레기 줍기 활동을 했다.

백사장에 들어온 굴착기가 파래 더미를 밀어내자 흰색 모래가 드러났다. 중장비 4대가 동원됐지만 파도에 밀려오는 파래에는 역부족이었다. 봉사자들이 모래 아래 파묻힌 파래를 뽑아 바구니에 담았다. 바다에 떠다니는 파래를 갈퀴로 끌어모으고, 돌 틈에 낀 파래는 장갑 낀 손으로 꼼꼼히 닦아냈다.

이날 4시간에 걸쳐 파래를 걷고 나서야 해변은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봉사단이 수거한 파래는 15t 트럭으로 19대, 약 285t에 달했다. 지난해 바다 쓰레기 줍기에 이어 파래 제거에도 참여한 배은정(40)씨는 “허리가 아프지만 결국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깨끗해진 해변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파래 썩은 내에 창문도 못 열어

중앙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도 해안 정화 활동이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파래 및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중앙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도 해안 정화 활동이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파래 및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제주도는 지금 파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매년 2만t 이상의 바다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그중 1만t 이상을 해조류가 차지한다. 올 한해 수거된 파래만 4020t에 이른다. 최근 파래가 급증한 원인은 다양하다. 환경단체들은 방파제로 해류가 원활하지 않은 데다가 인근 양식장에서 배출된 물로 바다가 오염됐다고 주장한다.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수온도 파래의 이상 번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곳 주민들은 한때 명소로 손꼽혔던 섭지해변이 골칫거리가 됐다고 호소했다. 악취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지도 오래다. 인근 주민 최윤순(63)씨는 “바닷바람을 타고 냄새가 들어와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신양리 이장 정광숙(67)씨는 “어선들이 파래에 걸려 배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예전에는 민박에 남는 방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파래 때문에 마을 경제가 다 죽었다”고 토로했다.

중앙그룹, 해안 정화 활동 지속

중앙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도 해안 정화 활동이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최훈 중앙일보 편집인(왼쪽)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파래 및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중앙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주도 해안 정화 활동이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최훈 중앙일보 편집인(왼쪽)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파래 및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날 봉사에는 인채권 중앙홀딩스 총괄, 이윤규 휘닉스 호텔&리조트 대표이사, 최훈 중앙일보 편집인, 류영호 중앙홀딩스 사회공헌담당과 그룹 내 봉사단 등 임직원들이 참여했다.

봉사에 참여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매년 청정 바다지킴이 사업을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민간이 동참해주면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훈 중앙일보 편집인은 “콘텐트 기업으로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중요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중앙그룹은 지난해 제주도와 ‘해안정화 활동 공동실천 업무협약(MOU)’을 맺고 매년 해안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휘닉스제주 투숙객을 대상으로 바다 쓰레기를 줍는 ‘바다쓰담’ 행사가 진행 중이다. 참여한 모습을 사진 등으로 인증하면 친환경 고체 샴푸 등 여행 키트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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