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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원화가치 13년래 최저…역대 최대 무역적자 걱정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달러당 원화가치가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40원대까지 하락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19포인트(1.21%) 내린 2,462.50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30포인트(2.25%) 내린 795.87에 장을 마쳤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13.9원 내린 1,339.8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달러당 원화가치가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40원대까지 하락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19포인트(1.21%) 내린 2,462.50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30포인트(2.25%) 내린 795.87에 장을 마쳤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13.9원 내린 1,339.8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달러 가뭄 없다지만 수입물가 올라 부담 커져

시장 과잉반응 경계 … 거시경제 안정적 관리를

외환시장이 불안하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년4개월 만에 장중 1340원대까지 떨어졌다.

외환 당국은 원화 약세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실제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가뭄 현상은 없다.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이어지고 있고, 한국은 2014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더 많아진 순채권국이 된 만큼 지나치게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오르내리는 게 자연스럽다고 하지만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원화 약세라는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경험했던 원화 약세의 장점을 이젠 누리지 못한다. 한국의 수출 경쟁국인 일본·유럽의 통화가치가 최근 1년 새 한국보다 더 떨어져서다. 수출 경쟁력을 높여 상품수지 흑자를 늘리는 대신, 수입물가를 올려 가뜩이나 힘든 물가에 더 부담이 된다.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가 더 커지는 상황인 만큼,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예고된 금리 인상(0.25%포인트)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부채 때문에 미국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어 원화 약세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역적자가 계속 발생하는 건 걱정스럽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14년여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55억 달러로 이미 역대 최대 기록(1996년 206억 달러)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로 받은 이자와 배당금 덕분에 193억 달러의 소득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무역적자 폭이 커지면 안심할 수 없다. 시장에선 수출 제조국인 한국의 무역적자 기조를 가벼이 보지 않을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늘어날 텐데 정부가 충분한 물량을 비축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외채 건전성도 잘 챙겨야 한다.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41.9%)이 석 달 전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78.4%) 때보다는 낮지만 지난 10년 평균(33.8%)보다는 높다. 세계 경기 급랭과 수출 여건 악화 등에 따라 기업의 단기 외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대외요인에 의한 외환시장 불안엔 딱히 해법이 없다. 시장의 과잉 반응을 경계하는 한편, 재정 건전성을 비롯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정공법이다. 정부가 대내외 경제를 잘 챙기고 있다는 평판에 한 치의 흔들림도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