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한 검찰, 신속히 실체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검찰이 지난 19일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보관 중인 대통령기록관을 서로 다른 사건으로 두 번 압수수색했다. 오전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대전지검 형사4부 수사진이 기록물을 확보했고, 오후엔 탈북 어민 2명 강제 송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별개 사건에 담당 검찰청도 다르지만,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대상으로 하루 두 차례 강제수사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어민 북송·월성원전 수사로 법원 영장 발부

대통령지정기록물은 15~30년간 비공개할 수 있다. 이를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거나 고등법원장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두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과 대전고법이 각각 영장을 내준 점에서도 지난 정부 청와대 관련 문건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긴요함을 알 수 있다.

이들 사건은 인권 및 경제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강제북송 사건은 한국에 귀순을 희망해 온 북한 어민 2명을 사지(死地)로 보낸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규정한 헌법을 무시한 만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민을 경찰특공대가 완력으로 끌고 가는 판문점 영상은 큰 충격을 줬다.

월성 원전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코드에 맞추기 위해 수명이 남은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혐의가 드러났다. 2020년 감사원 감사에 이은 검찰 수사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됐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한데도 청와대 관련 내용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난항을 겪어 왔다. 청와대 관련 문건 분석의 필요성에 법원도 동의한 만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는 일만 남았다.

검찰이 19일 월성원전 조기 폐쇄 의혹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등과 관련,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 관계자들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김성태/2022.08.19.

검찰이 19일 월성원전 조기 폐쇄 의혹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등과 관련,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 관계자들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김성태/2022.08.19.

철저한 규명만이 ‘정치보복’ 논란 피하는 길

염려가 없지 않다. 공교롭게 같은 날 두 검찰청에서 지난 정부 청와대 관련 압수수색을 벌이니 더불어민주당에선 거센 반발이 나온다. “정치보복의 칼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신현영 대변인)는 주장이 야당의 반감을 보여준다.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방법밖에 없다. 강제북송 과정에서 청와대의 불법적 개입이 있었는지, 원전 가동 중단 결정 과정에서 어떤 지시와 보고가 오갔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면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경호를 강화하는 등 모처럼 통합적 조치를 내놓은 마당에 지난 정부 관련 수사가 화합의 걸림돌이 돼선 곤란하다. 검찰은 대통령지정기록물까지 확보한 만큼 수사를 길게 끌면 안 된다. 하루빨리 전모를 밝히는 것이 여야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