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만은 내 탓? 야생의 식량안보가 만든 '생존 스위치' 때문[BOOK]

중앙일보

입력

책표지

책표지

자연은 우리가 살찌기를 바란다
리처드 J 존슨 지음
최경은 옮김
시프

비만이 꼭 내 탓일까. 미국 신장 전문의로 콜로라도덴버대 교수인 지은이는 임상경험에다 진화생물학·유전학·생화학 등 연구를 종합해 그 원인을 개인이 아닌 과학적·사회적·산업적 요인에서 찾는다.

지은이는 비만이 인류가 수만 년간 축적해온 유전 형질이 현대 환경과 불균형‧불일치‧부조화를 일으킨 결과라고 지적한다. 자연계의 동물은 먹이 구하기가 힘들어졌을 때 자신을 보호하려고 진화 과정에서 지방을 체내에 의도적으로 저장해 유사시 에너지로 쓰는 '식량안보' 메커니즘을 발달시켰다. 비만이 혹독한 환경의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전자의 ‘계획’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를 ‘생존 스위치’로 부르는데, 당류의 하나인 프럭토스(과당)가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동물처럼 인류도 이 스위치가 켜져 있다. 문제는 인류가 충분한 식량을 확보했음에도 인체는 여전히 불이 들어온 상태라는 사실이다. 너도나도 계속 살이 찌는 이유다.

 현재 미국의 비만율이 30~40%, 당뇨 유병률은 10~12%이며 이는 운동과 식이요법이 확산한 197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 곡선이다. 지은이는 가장 큰 원인을 프럭토스에서 찾는다. 프럭토스가 체내 대사 과정에서 생존 스위치를 활성화해 비만·당뇨·지방간·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바탕이다.

 과일 속 프럭토스는 체중 증가 효과가 크다. 예로 겨울잠에 대비해 가을철에 하루 2만 칼로리를 섭취하며 체중을 매일 3.5~4.5㎏씩 늘리는 곰은 익은 과일을 다량 섭취한다. 변을 채취해 씨의 숫자를 셌더니 24~48시간에 포도알을 만 개 정도 먹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요한 건 식품 성분표를 살펴보면 상당수 가공식품에 프럭토스와 글루코스가 혼합된 '액상과당'이나, 이 두 당이 화학적으로 결합한 '수크로스(설탕) 등 첨가당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프럭토스를 피하는 것이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막는 열쇠라는 게 지은이의 충고다. 다크 초콜릿과 과일인 과라나에 함유된 에피카테킨 성분은 프럭토스의 효과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녹차에 든 에피칼로카테킨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