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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NFL 구단주, 주장관도 있다…한인사회를 바꾼 LA폭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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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주한인위원회(CKA)는 미국 내 한인 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왼쪽부터 에이브러햄 김 CKA 대표, 린다 부처 CKA 선임 국장, 데이비드 김 전 캘리포니아주 교통장관. 사진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미주한인위원회(CKA)는 미국 내 한인 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왼쪽부터 에이브러햄 김 CKA 대표, 린다 부처 CKA 선임 국장, 데이비드 김 전 캘리포니아주 교통장관. 사진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 한미미래센터에서 장학금 수여 행사가 열렸다.

미국 비영리단체 미주한인위원회(CKA)가 미국 정부와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인턴십에 참여한 한국계 미국인 청년 1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인 이들은 올여름 국무부, 교통부,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공직 경험을 쌓았다.

미국 내 한인 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CKA가 공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차세대 리더 장학금’이다. 지난 2015년 이후 워싱턴과 뉴욕에서 모두 80명이 혜택을 받았다.

린다 부처 CKA 선임 국장은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한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적 대표성과 공공 부문 진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LA 폭동 세대, 고립 벗어나 美 주류사회 편입 모색"

CKA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청년이었던 소위 ‘LA 폭동 세대’가 주축이 돼 설립했다. 한인 사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 외부 도움을 받고, 입장을 설명하고, 정치적 목소리를 낼 역량이 부족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당시 21살이었던 에이브러햄 김(51) CKA 대표는 “공동체가 친구도 없고, 정치적 대표성도 없고, 목소리도 없고, 사회의 다른 부분으로부터 고립돼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LA 폭동은 ‘한국인’으로 살아가던 교민들이 자신을 ‘한국계 미국인’으로 부르게 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인 사회가 미국 사회 일원으로서 시민적ㆍ정치적으로 참여하고 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KA는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한인 리더들 간 교류를 통해 미국 내 한인 사회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2011년 설립됐다.

공직자와 기업인을 비롯해 의료, 법조, 금융, 과학, 공학,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회원 350명이 활동 중이다. 멘토링을 통한 차세대 리더 양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CKA 회원인 데이비드 김(59) 전 캘리포니아주 교통장관은 “한인 사회를 강화하고 우리 이익을 옹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모두 함께 번영하기 위해 힘과 영향력을 길러 남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자랄 때는 한국계 멘토를 만날 수 없었지만, 이젠 내가 그 역할을 젊은 세대에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멜팅팟 아니라 샐러드 보울" 

미국에서는 흑인, 유대계, 라틴계, 아시아계 등 민족ㆍ인종별 다양한 공동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국 첫 흑인ㆍ아시아계ㆍ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이 후보에 올랐을 때 흑인 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김 전 장관은 “미국 사회가 인종ㆍ문화 등 여러 요소가 융합되는 멜팅팟(melting potㆍ용광로)이라는 생각은 신화다. 미국은 각자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잘 섞이는 샐러드 보울(salad bowl)”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미국과 한국의 큰 기업 후원도 받지만, 기부금 대부분은 한인 사회에서 나온다. 억만장자를 여럿 배출하는 등 한인 사회가 부쩍 성장한 덕이다.

미국 프로풋볼(NFL) 미식축구팀 버펄로 빌스의 킴 페굴라 공동 구단주. 한국계인 그는 CKA 회원이다. AP=연합뉴스

미국 프로풋볼(NFL) 미식축구팀 버펄로 빌스의 킴 페굴라 공동 구단주. 한국계인 그는 CKA 회원이다. AP=연합뉴스

세계 3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KKR의 조셉 배 공동대표, 미국프로풋볼(NFL) 미식축구팀 버펄로 빌스의 킴 페굴라 공동 구단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기든 유 공동 구단주, 댄 고 백악관 각료 담당 비서관보 등이 CKA 회원이다.

미국 내 한인 사회와 한국은 불가분의 관계다.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 음식 등 문화 전반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한층 높아졌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반대로 미국 사회 주류로 발전한 한국계 미국인 사회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미국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 대표는 “한국에 뿌리를 두고 감정적으로 연결된 한국계 미국인들은 한ㆍ미 양국을 잇는 가교”라고 평가했다.

부처 국장은 ”미국은 한국인이 일하거나 이주하고 싶은 나라 최상위권에 늘 꼽힌다“면서 미국에 탄탄한 한인 공동체가 있으면 미국에서 활동하려는 한국인에게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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