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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수입 반대운동 주역/할복 이경해 회장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88년부터 농어민 후계자협 맡아/서울대회 제지항의 11일 단식도
이번 제네바에서 할복자살을 기도한 전국농어민후계자협의회 이경해회장(43)은 88년12월 경선을 통해 2년 임기의 회장에 당선된뒤 농어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힘써왔다.
이회장은 당선후 H그룹이 자몽 등 외국농산물을 수입하는데 반발,H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했고 지난해 9월 정부가 농촌청년을 선발해 자금을 지원하는 농어민후계자 육성기금법을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반대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이회장은 또 최근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앞두고 『수입개방으로 외국농산물이 밀려 들어오는데 도시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을 아끼고 팔아주어야 한다』며 제2회 농어민 후계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제지하자 8월20일부터 31일까지 11일동안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이회장은 『농어민 후계자는 정부가 육성ㆍ지원하고 있는데 장소를 못구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정부가 농정에 자신이 없고 농어민이 모이면 성토대회나 하고 데모나 하는 것으로 지레 겁먹고 있다』고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이회장은 『당시 마지막 장소로 채택된 미사리 조정경기장은 민자당이 당론으로까지 확정해 주었으며 박준병 사무총장의 지시로 장경우 부총장이 문태갑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답을 얻는 것을 직접 지켜보았다』며 민자당이 약속을 어긴데 대해 분개했다.
이회장은 9월28일 전농(회장 권종대)ㆍ전국농민단체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UR농산물협상거부 범국민공동대책위를 결성했으나 「UR공대위가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며 순수한 농어민운동단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소집,UR공대위를 탈퇴했다.
이회장은 전주농고ㆍ서울농업대학(현재 서울시립대) 잠사학과를 졸업하고 막바로 농촌활동에 투신,16년동안 전북 장수군 장수읍 대성리에서 젖소 30마리를 키우면서 고랭지 채소 1만여평을 재배하는 중농.
이회장은 85년11월 청소년육성공로로 대통령포상 등 국내에서 11차례에 걸쳐 공로표창을 받았으며 88년10월 FA0(세계식량농업기구) 「세계의 농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고향에서 남편소식을 들은 부인 김백이씨(40)는 『남편이 떠나기전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남편이 보름전 외국방문일정이 확정된뒤 계속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지난달 29일 출국하기 위해 상경하면서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제네바로 찾아올 수 있겠느냐』고 물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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