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0만 전기차, 1430만원에 살 수 있다…어떤 규제 풀었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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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기아의 니로EV가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기아의 니로EV가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반값 전기차’가 언제쯤 나올지 이슈로 떠올랐다. 다만 월 단위로 배터리 구독료를 내면 전기차 유지비용은 껑충 뛸 수밖에 없다.

1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국토교통규제개혁위원회 2차 회의를 열어 배터리 소유권을 별도로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규제 개선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위는 올해 안에 자동차등록령을 개정해 배터리 소유자가 자동차와 다른 경우 그 사실을 자동차 등록원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꿀 방침이다. 최근 여신전문금융업계 중심으로 구상 중인 ‘배터리 구독’ 서비스에 규제 물꼬를 터주는 조치다.

니로 출고가 4530만→1430만원 되나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핵심 장치이면서 출고가격에서 40%가량을 차지한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나오면 전기차 초기 구매비용은 절반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예컨대 출고가가 4530만원인 기아 니로EV의 경우 정부·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000만원(평균)을 받아 현재 3530만원에 살 수 있는데, 여기서 배터리 가격(2100만원)을 빼면 1430만원으로 낮아진다.

지난 2017년 피엠그로우의 전기배터리 재활용 장치 '배터리 잔존평가 진단장치'가 공개된 모습. 한 번 사용된 자동차 배터리를 일반 생황에 재활용이 가능한지를 측정하는 장치다. [중앙포토]

지난 2017년 피엠그로우의 전기배터리 재활용 장치 '배터리 잔존평가 진단장치'가 공개된 모습. 한 번 사용된 자동차 배터리를 일반 생황에 재활용이 가능한지를 측정하는 장치다. [중앙포토]

이런 방안은 지난해 7월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낸 ‘2030 2차전지 산업(K-배터리) 발전 전략’에도 포함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택시‧버스 등 연간 주행거리가 7만㎞ 이상으로 2~3년 안에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 사업에 대해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은 배터리 교체 사업을 이미 시작했다. 차이신(財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CATL은 전기차 배터리 교환 서비스 브랜드인 EVOGO를 지난 1월 내놨다. 운전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 받으면 된다. 배터리 구독료는 월 399위안(약 7만7000원)으로 주행 200㎞를 보장한다. CATL은 우선 중국의 10개 주요 도시에 EVOGO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실제로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매달 내는 요금이 30만원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니로EV의 배터리가 2100만원이라고 치면, 폐배터리의 가격은 30%인 700만원 수준이다. 승용차의 배터리 교체 주기가 최대 4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초 가격에서 폐배터리 가격을 뺀 1400만원을 48개월로 나눠 대략 29만원이라는 월 구독료가 나오게 된다.

CATL의 구독료는 저렴한 중국 현지 배터리에 들어가고, 경차나 이륜차에 한정되면 가능한 가격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륜차에 들어가는 CATL의 인산철 배터리는 최대 50%까지 저렴하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국산과 비교해 거의 가격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독료 월 30만원 이상 예상 

국내에서도 피엠그로우 같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업체가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피엠그로우는 삼성SDI와 KB증권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한국전기차산업협회장)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배터리에 대한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구독 서비스가 안착할 수 있다”며 “이번 국토부 조치로 전기차 시장이 금융 기업과 연결될 고리가 한 개 나온 것”이라고 환영했다.

업계에서는 CATL 같이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시설까지 갖추려면 완성차 업체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구독 서비스가 이뤄져야 배터리 내구성 불안을 해소하고 전기차에 대한 가격 문턱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성능과 데이터를 더욱 공개해야 하고 정부는 규제 개혁을 빠르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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