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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빅스텝까지 밟았는데…기대인플레 4.7%, 역대 최고치

중앙일보

입력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5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상추를 비롯한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5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상추를 비롯한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이달 4.7%로 치솟았다. 역대 최고다. 소비자의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3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전월(3.9%)보다 0.8%포인트가 뛰며, 상승 폭으로도 역대 최대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대한 전망이다.

특히 응답자의 44%가 '향후 1년간 물가가 5% 이상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전월보다 15.5%포인트 증가했다. '6% 이상 오를 수 있다' 다'고 답한 비중은 24.4%로 5~6% 상승을 전망한 응답자(19.6%)보다 많았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들썩이는 것은 국내 안팎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 탓이다. 6월 CPI는 1년 전보다 6% 올랐다. 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가 느낀 CPI 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은 5.1%로 전월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황희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현재 물가 수준에 기반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응답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는 뉴스 등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비자가 앞으로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목한 품목(중복응답)은 석유류 제품(68%)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공공요금(48.5%), 농·축·수산물(40.1%) 순이었다. 전기료 등이 인상되며 공공요금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달보다 17.1%포인트 늘었다. 반면 석유류 제품, 공업제품을 꼽은 응답자는 전월보다 각각 -14.5%포인트, 5%포인트 감소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과 상품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오름세에 영향을 준다. 국제유가 등이 가라앉더라도 물가 상승이 지속할 수 있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빅스텝을 단행한 후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빅스텝을 통해서 강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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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7월 11~18일 동안 전국 2500가구(응답 2432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기간에 한은의 빅스텝 인상이 단행됐다. 황희진 통계조사팀장은 “응답자의 70~80%가 빅스텝 인상 전 응답을 해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한은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언급해왔기 때문에 (금리 인상)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물가가 뛰고 금리가 오르며 소비심리는 악화했다.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10.4포인트 하락한 86으로 2020년 9월(80.9) 이후 가장 낮다. CCSI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1년 12월)를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경제 상황을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오름세 지속되고, 글로벌 긴축 가속화와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비자동향지수(CSI)별로는 현재생활형편CSI(81)과 생활형편전망CSI(79) 등 가계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CSI는 전월보다 각각 6포인트, 9포인트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 CIS(43)와 향후경기전망(CSI)는 전월보다 17포인트, 19포인트 하락하는 등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나빠졌다.

금리가 치솟으며 주택가격전망 CSI는 전월보다 16포인트 내린 82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1년 뒤 집값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지수로 100보다 클수록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한 가구가 많다는 의미다. 반면 금리수준전망(152)은 전월보다 3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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