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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정폭력 견디다 이혼 꺼냈는데…그런 아내 죽인 남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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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별거 중이던 아내를 찾아가 "농약을 먹이겠다"며 협박하고 목 졸라 살해한 남편에게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수협박과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아내가 계속해서 이혼을 요구하며 우편으로 재차 서류를 보내자, 지난해 4월 아내가 살던 아파트에 찾아가 강제로 농약을 먹일 것처럼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9일 뒤 아내 출근 시간에 맞춰 다시 아파트로 간 A씨는 아내가 집밖에 나올 때까지 기다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도 받았다. A씨를 발견한 아내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 하는데도 이를 막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A씨는 아내가 숨진 것을 확인하고도 이를 방치한 채 떠났다. 아내와 약 30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온 A씨는 오랫동안 아내와 자녀들을 육체적·정신적으로 괴롭혀온 것으로도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우울증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4월 2심 재판부도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아내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목을 조르게 됐다거나, 아내가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은 아니라고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아내의 힘이 빠진 이후에도 범행을 계속한 점, 범행 직후 아내가 사망했다고 주변에 알린 점 등을 고려했다.

양형 이유에 "피해자는 혼인 기간 내내 A씨의 폭언 등에 시달리며 고통받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라고도 언급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늘리지는 않았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된 것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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