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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갈등에 세계경제 악화까지…쿠팡 ‘완주 진출’ 백지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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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전북 완주군에 첨단 물류센터를 짓기로 한 계획을 접었다. 쿠팡과 업무 협약을 맺고 홍보에 나섰던 자치단체와 정치권은 책임론에 휩싸였다.

완주군은 25일 “쿠팡 측이 지난 21일 ‘더 이상 물류센터 관련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해 3월 전북도·완주군과 완주 테크노밸리 제2 일반산업단지에 1300억 원을 들여 10만㎡(약 3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는다는 내용의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 착공해 2024년 완공하는 게 목표였다.

쿠팡은 완주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로 국내 물류의 ‘로켓배송(24시간 내 배송)’을 위한 중·남부권 중심축 역할과 호남고속도로 익산IC(나들목), 익산 KTX 등이 인접해 교통이 편리한 점 등을 꼽았다.

당시 송하진 전북지사와 박성일 완주군수, 안호영 국회의원은 “직접 고용 500명, 간접 고용 2500명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도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유치한 글로벌 자금으로 완주군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지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지만 1년 4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MOU가 무산된 가장 큰 원인으로 토지 분양가 갈등이 꼽힌다. 완주군과 건설사 등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 완주테크노밸리㈜는 쿠팡 측에 최종적으로 3.3㎡당 83만5000원을 분양가로 제시했다. 지난해 MOU 체결 당시 논의된 분양가(64만5000원)보다 30%가량 높은 가격이다. 이대로 계약하면 쿠팡은 애초 예상한 분양가보다 60억 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완주테크노밸리 측은 “산단 조성비가 올라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난 4월 완주군이 사전 조율 없이 해당 토지에 대한 분양 공고를 낸 것도 불신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측은 “완주군이 투자 협약상 합의된 토지 분양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다가 일방적으로 협의 없이 해당 토지에 대한 일반 분양 공고를 냈다”며 “협약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최근 물가 급등 등 세계 경제가 악화한 데다 주가 하락 등 경영난이 겹쳐 신규 투자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완주군 측은 “쿠팡을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보고 분양가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을 군 보조금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쿠팡 측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고, 특혜를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완주군 안팎에서는 “특수목적법인 지분을 40% 가진 완주군과 나머지 건설사 간 내부 갈등으로 넉 달가량 법인 대표가 공석이다 보니 절충안을 찾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주군 관계자는 “다각도로 다른 기업을 찾아보는 한편 마지막까지 쿠팡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김모(73·삼례읍)씨는 “이미 오기로 한 기업도 지키지 못하는 판에 다른 기업들은 어떤 수로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굴러들어온 복을 제 발로 찬 느낌”이라고 말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새로 취임한 김관영 전북지사와 유희태 완주군수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지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산단) 계약 주체가 특수목적법인이기 때문에 완주군이나 전북도가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도저히 (완주는) 안 된다고 하면 (물류센터 건립) 시기와 장소를 바꿔서라도 전북에 꼭 투자할 수 있도록 쿠팡과 지속적으로 얘기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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