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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과 놀아난 상장사 사장/심상복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에서는 일반회사가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되면 큰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상장회사가 된다는 것은 대외적으로도 그 기업의 실력을 인정받는 일이기도해 해당기업으로서는 대단한 명예를 얻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공개는 또 대중앞에 기업의 경영내용을 떳떳이 내보여 원하는 투자자들을 주인(주주)으로 맞이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기업주가 기업 소유권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으로 기업공개를 통해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하게 느끼겠다고 다수의 투자자들과 약속을 하는 행위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같은 원론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기업 공개전이나 공개후나 기업인의 사고와 인식이 별로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는 얘기다.
명색이 상장회사 사장인 기업인들이 이른바 「큰손」들과 한통속이 돼 주가조작에 나선 최근의 사건은 이같은 지적의 단적인 사례다.
또다른 사장은 한햇동안의 영업결과 많은 손실이 예상되자 이같은 적자사실이 공표되기 전에 자사주식을 대량으로 팔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에 터진 대도상사 사건은 더욱 한심스러운 경우다. 상장된지 1년여만에 부도가 날 상황에 처하자 사장 자신이 보유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영문모르고 이 회사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만 큰 손해를 봤다.
88년 5월엔 섬유의류 업체인 광덕물산의 사장이 내부자 거래를 통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기다가 들통이 나 쇠고랑을 차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사는 행위가 사장 자신의 몰염치한 금전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재산 손실을 가져다 주는 이같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곤혹스럽다.
기업의 으뜸가는 목표가 이윤추구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결과로만 이뤄져야 할 뿐이지 「사기」와 다름없는 이같은 수법을 동원할 때는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우리 사회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보다 기업가에 대해 더 많은 윤리성과 사회성을 요구하는 곳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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