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투표권 줄 거냐"…처럼회 VS 비명계 '룰 전쟁' 쟁점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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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세균계인 안규백 의원(4선)을 전당대회준비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당내 전당대회 ’룰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친명(親明ㆍ친이재명)계와 정청래ㆍ김용민ㆍ이수진(서울 동작을) 등 강경파 의원들이 손잡고 친문계를 위시한 비명(非明) 그룹과 맞서는 모양새다. 친명계는 “전당대회가 이재명 죽이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비명 그룹에선 “이재명도 이재명이지만 강경파가 지도부를 장악해선 미래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쟁점은 3가지다. ▶당원이냐 대의원이냐▶개딸에게 투표권을 줄 것이냐▶당 대표 권한 집중이냐 분산이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①당원이냐, 대의원이냐=친명계이자 처럼회 주축인 김남국 의원은 “80만명에 육박하는 권리당원의 의사가 1만 6000명의 대의원의 의사보다 적게 반영되는 건 문제”라면서 연일 전당대회 투표 반영비율 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 비율’인 현행 기준으로 ‘대의원 20%, 권리당원 45%,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일반당원 5%’로 바꾸자는 것이다. 처럼회 주축인 김용민 의원은 “권리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며 대의원 투표를 폐지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당의 주인인 권리당원들의 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명분이다.

그러나 비명그룹은 “당면해서 규칙을 바꾸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전해철 의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친문 재선 의원은 “정치적 판단이 숙성된 대의원들에게 의사를 결정을 위임하는 건 대의제 하에서 정당정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명분과 명분의 격돌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권의 향배를 결정할 실리의 문제다. “권리당원들 사이에선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의원과 그를 둘러싼 강경파 의원들에 대한 선호가 절대적이지만 여전히 대의원단 사이에선 비명계가 다수일 것”(민주당 당직자)라는 전망 때문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②3개월이냐, 6개월이냐=친명계는 권리당원이 투표권을 얻는 당비 납부 기간 기준도 현행 ‘6개월 이상’에서 ‘3개월 이상’으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3ㆍ9 대선 후 이 의원을 지지하며 입당한 20만명 가까운 당원의 주류로 추정되는 ‘개딸’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비명그룹은 “비대위가 룰을 손보겠다는 순간 전당대회 자체가 소란해질 것”(신경민 전 의원)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의원과 개딸들의 지지를 공유하고 있는 강경파들은 이 부분에 이 의원 본인보다 더 목을 매고 있다. 처음 이 주장을 펼친 것도 처럼회원인 이수진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개딸의 입당 러시가 시작된 지난 3월부터 페이스북에 “권리당원 당비 납입 횟수 3회로 완화”를 요구하기 시작해 이후 같은 주장을 반복 중이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이 의원이 전대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③당권 집중이냐 분산이냐=지도체제 문제에선 친명계가 현행 유지를, 비명그룹이 변경을 선호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 출마할 경우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는 만큼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친명계 재선)는 논리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재선 그룹을 포함한 비명그룹에선 “지도부 내에 경합이 발생하는 모습이 야당이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방법”(충청권 재선 의원)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현행 단일지도체제 방식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투트랙’으로 분리 선출한다. 반면 집단지도체제는 하나의 선거에서 최다득표자는 대표가 되고, 2위~6위가 최고위원이 되는 방식이다. 처럼회는 역시 “집단지도체제는 전형적 계파정치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김용민 의원)며 이 의원 측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재명 의원과 러닝메이트 효과를 얻어 지도부에 입성하려면 현행 체제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청래·안민석 의원 등 강경파 중진과 처럼회원들 중에 아직 전당대회 도전을 선언한 인사는 없다. 그러나 ‘재명이네 마을’ 등 친이재명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최근 강경파 의원들이 최고위원으로 채워진 ‘가상 지도부’까지 만들어 공유되기 시작하는 등 분위기 잡기가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다선 의원은 “강경파 중 누구든 이 의원의 지지도에 편승해 지도부에 입성하려는 인사가 나올 것”이라며 “룰 변경 문제가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문을 여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