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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바스 시가전 격렬…젤렌스키 "세베로도네츠크 포기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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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남동부 산업도시 자포리자를 방문해 교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남동부 산업도시 자포리자를 방문해 교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의 최전방 격전지인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에서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상황이 어렵지만 이 도시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6일(현지시간) AP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 교전에서 (수적으로) 더 많고 더 강력하지만, 우리 국군은 싸워서 반격할 모든 기회가 있다"며 사수 의지를 밝혔다. 그는 "세베로도네츠크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리시찬스크도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죽은 도시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리시찬스크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개전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의 가장 최전방 지역을 방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를 벗어난 건 지난달 29일 동북부의 제2 도시 하르키우를 방문한 데 이어 1주일 만이다.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 등은 우크라이나군의 주 보급로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 군은 지난달 25일 세베로도네츠크를 3면 포위 공격한 이래 한때 80%까지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반격에 성공, 절반 가까이를 탈환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교전 격화에서 드러나듯 아직 우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 도시의 전투 상황은 불투명하며, 통제 불능 상태"라고 했다. 올렉산드르 스트리우크 세베로도네츠크 시(市) 행정국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도시 내 시가전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어느 쪽이 우위에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최근 벌어진 교전으로 현재 1만~1만5000명의 민간인이 대피하지 못하고 도시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창구인 흑해 통제권 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군함을 흑해 연안에서 100㎞ 이상 몰아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러시아군이 흑해 북서부 지역의 통제권을 찾기 위해 남부 크림반도와 헤르손 지역에 해안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며 서방 국가에 최신 미사일 시스템 지원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민들이 지난 3일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시신과 쓰레기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이 곳에서 콜레라 등 여러 전염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민들이 지난 3일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시신과 쓰레기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이 곳에서 콜레라 등 여러 전염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FP=연합뉴스]

같은 날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폐허가 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 관리들이 콜레라 발병 가능성 때문에 도시를 봉쇄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페트로 안드류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부패한 시신과 쓰레기 더미가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러시아 측이 콜레라와 이질 등 여러 질병에 대한 검역에 나섰다"고 밝혔다.

마리우폴 시의회 측은 통제 불능 상태로 콜레라가 퍼질 경우 수천 명의 민간인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아직 수백 구의 시체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수습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며 "상하수도 시설과 의료시설은 파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도시의 최후 항전지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전투 중 사망한 우크라이나군 시신 수습 작업이 시작됐다. 아조우 연대 측은 시신 수십 구가 수도 키이우로 인도됐으며, 그곳에서 유해 확인을 위한 DNA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프라밀라 패튼 유엔 성폭력 특별대표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 침공 이후 전쟁을 피해 대피한 우크라이나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와 착취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그 중 성폭력은 피난처를 찾는 동안 가장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은 "러시아는 식량을 개발도상국에 대한 스텔스 미사일로 사용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에 세계 식량 위기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에 격분한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셸 의장의 발언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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