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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장관, 청문회 패싱?…법사위원장 싸움에 국회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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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가 6일 ‘개점휴업’ 8일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9일 21대 전반기 의장단 임기 종료와 함께 18개 상임위원회도 텅 빈 상태가 됐지만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조금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본격 신경전을 시작했다.

與 “법사위만 주면 일사천리”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의장단과 원 구성을 함께 논의하는 ‘원샷 협상’을 주장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 몫으로 하는 건 여야 합의사항이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1, 2당이 나눠 갖는 건 당연하다”며 “법사위를 차지하고 싶으면 국회의장을 돌려줄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하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고 합의한 걸 지키자는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 직전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당대표 직무대행)를 만났다며 “법사위만 (국민의힘에) 주면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될텐데 왜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 구성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 구성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 ‘상원’으로 불리는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 법안들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개편 추진 등 많은 입법적 숙제를 안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선 “법안 처리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까지 야당이 가져가면 사실상 여당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원내 관계자)라는 푸념이 나온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법사위 외 나머지 상임위에 대해서는 협상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해 “의석수에 따라 11대 7로 결정된 상태”라면서 “여당일 때 (위원장을 맡는) 상임위와 야당일 때 (가져가는) 상임위가 관행화돼 있기 때문에 협상하면 서로 의견 조율이 금방 될 것”이라고 말했다.

野 “즉각 국회의장 선출부터”

하지만 민주당도 “제일 큰 원칙은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원칙”(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이라고 버티고 있다. 박홍근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나라의 안보를 책임져야 할 여당이 해야 할 최선의 선택은 당리당략을 버리고 즉각 국회의장을 선출해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리는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리는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 협상을 분리해 ‘일단 청문회부터 먼저 끝내자’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이 계류돼있다.

진성준 수석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원 구성 협상이 빨리 타결돼 상임위를 구성하는 게 제일 좋은 방안이지만, 그게 안되면 국회의장이라도 먼저 선출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는 방안이 있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전혀 얘기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법사위원장을 내놓으라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청문회 패싱’ 현실 되나

여야가 물밑 협상에서도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임명 후 청문회’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장관 3명이 청문회 없이 임명된 전례가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청문 기한이 지난 김창기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는데 야당이 거부했다”며 “불가피하게 임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청문회 패싱’ 범위가 넓어지는 데 대한 부담 기류는 감지된다. 특히 음주운전 경력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박순애 후보자와 같은 경우가 고민인데, 권 원내대표는 “솔직히 말해 잘못된 것이고, (음주운전) 안 한 분이 후보자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여야는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평행선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원 구성 시한으로 '6월 말'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민주당 내부에서 “우리가 법사위원장을 계속 주장하면 원 구성을 못하고 몇 달이 지나간다”(박용진 의원)는 온건론이 나오고 있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의장단 선출 시한을 둔 국회법 개정(1994년 6월) 이후 후반기 원 구성이 시한 내 이뤄진 경우는 단 한 차례(19대) 있었다. 20대 국회 후반기에는 원 구성에 47일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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