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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역 일꾼 4000여 명 뽑는 날…숙고한 한 표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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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다목적 강당에 설치된 가락본동 제4투표소에서 관계자가 취재진 요청에 기표 도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다목적 강당에 설치된 가락본동 제4투표소에서 관계자가 취재진 요청에 기표 도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국회의원 뽑는 만큼 중요  

‘묻지마 투표’ 말고, 부적격 걸러내야

오늘은 6·1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지역 일꾼 4125명(국회의원 7명 별도)을 뽑아 일을 맡기는 날이다. 이들은 보도블록 한 장, 풀 한 포기 등 우리의 일상과 직접 관련된 정책을 책임질 대표자들이다. 어찌 보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것보다 더 개인에게 중요한 일”(노엄 촘스키)이다.

우리의 한표 한표가 중요하다. 지금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의 4년 예산이 총 1600조원이다. 4430만여 명의 유권자로 나누면 한 명당 약 3612만원꼴이다. 여기에 1조원이 넘는 선거비용이 들어간다. ‘그저 한 표’가 아니다.

고무적인 건 사전투표로 913만3522명(20.62%)이 이미 주권을 행사했다. 지방선거 기준으로 역대 최다였던 4년 전 기록(20.14%)보다 높다. 오늘도 참여 의지가 이어지길 고대한다.

사실 이번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에서 보면 상당히 우려할 만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0.73%포인트 차의 혈투였던 대통령선거로부터 불과 두 달여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지다 보니 대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게다가 이재명·홍준표·안철수·김동연 등 대선후보였던 이들마저 뛰어들면서 ‘대선 연장전’이 됐다.

여야도 지방선거가 아닌 중앙 정치의 대결처럼 치르고 있다. 어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선이 정권 교체의 전반전이었다면 지방선거는 정권 교체의 후반전이다. 반드시 승리해 정권 교체를 완성하자”고 호소했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이 다시 군사독재 시대처럼 특권계급의 나라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균형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321곳 선거구에서 509명의 무투표 당선인이 나왔다. 직전 지방선거보다 6배나 많다. 제주도 교육의원 한 명을 빼곤 모두 민주당·국민의힘 소속이다. 거대 양당이 독식하는 영·호남뿐 아니라 2인을 뽑는 선거구인 수도권에서도 180여 명의 당선이 이미 확정됐다. 양당이 한 명씩 공천했기 때문인데 ‘적대적 공생’의 여야 담합 구조를 드러낸다. 정작 유권자들은 선택할 기회를 잃었다. 무투표 당선자 중 전과자가 30.1%나 된다. 양당이 공천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의문이다.

유권자들은 한 표를 행사하는 데 만족해선 안 된다. 부적격 후보들을 걸러내기 위한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묻지마 투표’는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까지 후보들의 공약과 걸어온 길을 검토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후보를 고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선 국회의원 후보까지 많게는 8장의 투표지를 마주하게 된다. 누구를 택할지 미리 고민하고 투표장에 가기 바란다. 위기의 지방자치를 구하는 방법은 제대로 된 지역 일꾼을 뽑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숙고한 한 표가 우리 마을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