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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욕설 시위 방치해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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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계속돼 온 욕설 시위가 결국 고소 사태로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의 집 앞에서 집회ㆍ시위를 벌여온 3개 보수단체 소속 회원 등 4명을 그제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이 욕설 및 허위 사실을 반복적으로 유포하고, 살인 및 방화 협박, 집단적인 협박 등으로 공공 안녕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ㆍ윤영찬ㆍ한병도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어제 경남 양산경찰서를 찾아가 “경찰이 집회에 너무 미온적”이라며 항의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1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사저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20515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1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사저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20515

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보름여 이어진 집회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집회 영상엔 참가자가 문 전 대통령을 비하하면서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담겼다. 문 전 대통령 가족과 이웃이 겪는 일상의 괴로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산마을 주민 일부는 불면증과 식욕부진에 시달리며 병원 치료까지 받는다고 한다.

5년 임기를 마친 문 전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지난달 10일 평산마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도 나누며 지내고 싶다”는 퇴임 대통령의 말에 주민들이 환호하는 밝은 분위기였다. 불과 5일 뒤 문 전 대통령은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는 글을 SNS에 게시하며 마을 주민이 겪는 고통을 외부에 알렸다. 뒤이어 딸 다혜씨가 트위터에 “이게 집회인가? 증오와 쌍욕을 배설하듯 외친다”는 글을 올렸다가 지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집회 및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선을 넘어 타인을 괴롭히고 모욕하는 단계에 이르면 용납하기 어렵다. 특히 사적인 공간에서 이웃 주민의 피해까지 유발하는 상황을 방치해선 곤란하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엔 집회ㆍ시위의 금지나 제한을 통고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항의 방문한 야당 의원들에게 "법률 해석을 통해 사저 앞 시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찰은 어제 일부 단체의 집회를 금지ㆍ제한했는데 앞으로도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퇴임 대통령의 집 앞에서 벌어지는 욕설 시위를 방치하는 것은 공권력의 무기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차제에 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악성 집회를 막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릇된 시위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