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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경기 11골, '미친 득점력' 무고사 "누가 인천이 약하다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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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특허 '스트롱맨 세리머니'를 하는 무고사. 13경기 11골의 미친 득점력을 기록 중이다. 피주영 기자

전매특허 '스트롱맨 세리머니'를 하는 무고사. 13경기 11골의 미친 득점력을 기록 중이다. 피주영 기자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는 '만년 하위권' 팀이다. 승강제가 도입된 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매 시즌 1부리그 잔류를 위한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였다. 항상 마지막에 극적으로 2부 강등을 면해 '생존왕'이라는 불명예 별명이 붙었다. 올 시즌 인천의 순위는 낯설다. 13라운드가 끝난 현재 4위다. 12라운드까진 2위였다. 2위권 제주 유나이티드, 전북 현대(이상 승점 22)와는 불과 승점 1차다. 선두 울산 현대(승점 30)와 격차는 승점 9다.

인천 돌풍의 중심은 공격수 무고사(30·몬테네그로)다. 개막 후 13경기에서 11골을 터뜨리는 '미친 득점력'을 선보였다. 득점 선수다. 5라운드였던 지난 3월 13일 김천 상무와 경기부터 지난 17일 13라운드 대구FC전까지, 9경기에서 10골을 몰아쳤다. 팀 득점(16골)의 약 70%를 혼자 책임진 셈이다. 1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만난 무고사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나를 믿어준 조성환 감독님과 동료들 덕분이다. 일부에선 인천을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하기도 하는데, 올 시즌 인천은 전북·울산 못지 않은 강팀이다. 목표인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따내겠다"고 자신했다.

무고사는 "올 시즌 인천은 전북과 울산 못지 않은 강팀"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무고사는 "올 시즌 인천은 전북과 울산 못지 않은 강팀"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무고사의 득점 페이스는 무시무시하다. 지난 시즌 득점왕 주민규(제주)가 38라운드를 통해 22골을 넣었는데, 무고사는 불과 13경기 만에 주민규 기록의 절반을 달성했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30골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역대 30골을 돌파하고 득점왕을 차지한 골잡이는 31골(42경기·2012시즌)을 터뜨린 데얀(당시 FC서울) 뿐이다.

조성환 감독은 "찬스가 났다고 해서 매번 득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결정적인 순간을 살린다. 팀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앞으로 더 (상대의) 견제가 있을 테니 전략적으로 팀도 잘 준비하고 본인도 잘 이겨내, 가치를 증명했으면 한다"고 칭찬했다. 무고사는 "득점왕이 골 수에 대한 압박은 없다. 매 경기 골을 넣어 팀이 이기는 데 힘 보태겠다. 1차 목표는 20골을 넣어 개인 한 시즌 최다골(19골·2018년)을 경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팬은 그를 'K리그의 해리 케인'이라고 부른다. 손흥민(토트넘)의 동료인 케인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골잡이이자,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다. 무고사는 "케인과 비교는 불가하다. A매치에서 두 차례 맞붙어본 경험이 있는데, 나와는 다른 레벨의 선수다. 팬들의 칭찬은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무고사는 자신이 득점시 팀 불패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연합뉴스]

무고사는 자신이 득점시 팀 불패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연합뉴스]

팬 사이에선 '무고사 골=불패'라는 공식이 생겼다. 인천은 무고사가 득점한 8경기에서 무패(3승 5무)를 기록 중이라서다. 13라운드 대구전에서도 0-1로 끌려가던 전반 종료 직전 왼발 발리슛으로 동점 골을 넣은 데 이어 1-2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을 성공해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무고사는 "우여곡절 많았던 지난 시즌 부진했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이를 갈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시즌 직전 무고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급하게 몬테네그로로 건너갔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장례를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치료 후 경기력을 끌어올리느라, 시즌 초반을 통째로 결장했다. 20경기에서 9골을 넣는 데 그쳤다. 2018년 인천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그가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한 건 지난 시즌 뿐이다. 인천은 8위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우여곡절로 부진했던 무고사는 올 시즌을 준비하며 이를 갈았다고 했다. 피주영 기자

지난 시즌 우여곡절로 부진했던 무고사는 올 시즌을 준비하며 이를 갈았다고 했다. 피주영 기자

무고사는 백의종군했다. 소속팀 인천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4월 국제경기(A매치)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차출도 고사했다. 미오드래그 라둘로비치 몬테네그로 감독과 몬테네그로축구협회에 양해를 구하고 합류하지 않았다. 무고사는 "몬테네그로를 다녀오는 데 이동 시간만 22시간이다. 소속팀 복귀 후 제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아서 남기로 했다. 많은 골을 넣어 결정엔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A매치 4연전 때는 대표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는 "인천을 다시 2위로 올리고 기분 좋게 대표팀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무고사는 팀의 '터줏대감'이다. 30세라서 나이로도 베테랑이다. 무고사는 "새로 입단한 선수들이 빨리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 말 걸고 장난도 친다. 어린 선수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있는데, 내 경험을 떠올려 해법을 알려준다. 내가 처음 인천에 왔을 때 선·후배들에게 받은 도움이 많아서다"라고 말했다. 신인 시절(2014~17년) 독일 2부리그에서 뛰며 실패를 경험한 무고사는 인천에서 재기했다. 그는 이어 "나는 당당한 인천 선수다. 한국 선배처럼 잘못한 부분이 있을 땐 호되게 혼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이런 그를 '브라테(세르비아어로 형제)'라고 부른다.

무도사는 "인천은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팬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무도사는 "인천은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팬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무고사의 전매특허는 골을 넣은 뒤 힘 자랑하듯 두 팔을 위로 들고 포효하는 일명 '스트롱맨 세리머니'다. 그는 "K리그에서 뛰면서 이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나와 우리 팬이 K리그에 '인천은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만들었다. 경기마다 세리머니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늘에서 보고 계실 아버지에게 아들이 잘 성장해서 제2의 고향 인천과 몬테네그로를 빛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며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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