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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분,이젠 결단 있어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자당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겠다.
그리고 여당 대표최고위원 자신이 내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는 현재 상황에서 결단의 주체는 당 총재인 노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집권당내의 내각제 합의각서의 회돌이 파문을 지켜보면서 내각제 개헌문제가 정치의 중핵인양 인식하는 듯한 여권내 정치행태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명해왔다. 국정의 원만한 운영이 집권당의 최대과제임을 누누이 강조해왔고 지금도 그 견해에는 조금도 변함이 있을 수 없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과 장래를 93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위임받고 있는 집권당이 그 본분을 몰각한 채 시정잡배들이 「관할구역」을 놓고 백병전을 벌이듯 날이면 날마다 싸움박질하는 현실은 더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현실적으로 집권당이 중심을 잡아야 여야 정치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고 그래야만 국민들도 안정된 상태에서 각자의 영역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권의 추접스런 내분의 근원이 재집권 구도와 관련한 각 계파간의 이해 차이에서 비롯됨은 이제 객관화된 기정사실이다.
내각제 합의각서의 공개는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최고지도자들이 밀약한 후 쉬쉬해온 납득못할 측면이 국민에게 알려진 셈인데 그 공개가 마치 문제의 본질인양 여기는 일부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를 고려한 측면이라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는 내각제 개헌론으로 여권이 이전투구하는 동안에 국가의 기강과 사회의 질서는 무너져 내려앉는 형국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이왕 내각제 합의각서의 공개로 여권의 치부가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여권은 더이상 음험한 밀실야합에만 몰두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국민 앞에 자신들의 목표하는 바를 분명히 제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용기와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여권의 내부정리가 급선무임은 말할 것도 없다. 내부정리는 끊임없이 내부격화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내각제 개헌문제에 대해 여권 내부의 최종적인,뒷말이 날 수 없는 방침을 정립하는 길밖에 달리 없을 것이다.
결국 민정ㆍ공화계 입장을 대변하는 노태우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 담판하는 방법 외에 달리 좋은 방안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양자는 이 담판과정에서 안으로만 곪아온 내분을 터뜨리고 어느 정도의 피해와 희생까지 각오하면서 이 문제를 결말 지워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당부하고자 하는 바는 내각제 개헌과 같은 정체변환은 국민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결정되는 것이며 여당수뇌간의 언약으로 곧 결정될 수 없다는 점을 여권 수뇌부는 겸허히 자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우리가 절실하게 바라는 바는 여권수뇌들이 나라의 정치에 관련된 중요문제에 대해 하루빨리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지금 보이고 있는 내부소모전은 일단락짓고 내외의 산적한 중대현안을 처리할 정치가 제 방향을 잡도록 하는 것이 정치를 주도하는 여당의 최우선적 책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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