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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호주산 밀 주로 수입…인도 밀 수입국들 수요 몰리면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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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도 정부가 밀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밀을 중심으로 한 세계 곡물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밀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에 취약하다. 이미 가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빵·라면 등 밀과 관련한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국제 밀 가격은 인도 정부 조치와 상관없이 고공행진 중이다.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밀 선물가격(미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은 t당 407달러로 1년 사이에 73.9%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인도 밀 수출까지 막히면서 가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도 “인도의 밀 수출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밀 수급·가격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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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밀 가격은 물가에도 직접 영향을 끼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한 지난달 가공식품(7.2%) 가격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을 넘어섰다. 밀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국수(29.1%)·부침가루(21.2%)·밀가루(16.2%)·라면(10.6%)·빵(9.1%) 값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밀 가격 상승으로 사료 값이 오를 경우 축산물 가격 오름세도 부추길 수 있어 물가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

다만 인도의 밀 수출 금지에도 당장 국내 밀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한국은 인도산 밀을 거의 수입하지 않는다. 2020년 기준 수입한 334만t의 밀 중 제분용은 미국·호주·캐나다에서 전량 수입했다. 사료용도 대부분 우크라이나·미국·러시아로부터 들여온다. 국내 업계 밀 재고량도 당장은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우려하지 않지만, 인도나 우크라이나 밀을 수입한 중동이나 유럽이 미국·호주 등으로 눈을 돌리면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고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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