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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시총 1위, 美기업 아니다…애플 꺾은 새로운 왕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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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애플이 2년여간 차지했던 전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 자리의 주인이 바뀌었다. 새롭게 시총 1위 기업에 오른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다. 사진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2년여간 차지했던 전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 자리의 주인이 바뀌었다. 새롭게 시총 1위 기업에 오른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다. 사진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2년여간 지켜왔던 전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 긴축 흐름 속 빅테크 주가의 자유낙하가 이어진 여파다. 1위의 왕좌를 차지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다. 애플이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뺏긴 건 지난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애플은 전날보다 5.18% 하락한 146.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총은 2조3711억 달러(약 3040조원)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타다울 증시에서 거래되는 아람코는 전날보다 0.98% 내린 45.5리얄(약 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람코의 시총은 2조4240억 달러로 애플보다 130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가량 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애플 주가는 고공 행진했다. 지난 1월 애플의 주가는 180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최초로 시총 3조 달러를 달성했다. 아람코 시총과 차이는 1조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유동성 잔치가 끝나기 시작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침체와 경기 둔화 우려에 금리 인상 가속화 공포가 뉴욕 증시를 덮치자 기술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올해에만 애플 주가는 19.51%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22.17%)와 구글(-21.65%), 아마존(-38.16%), 메타(-44.25%) 등 빅테크 주가는 줄줄이 내렸다.

반면 아람코는 국제 유가 오름세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에너지 공급 우려가 불거지며 국제유가가 치솟자 아람코 주가는 올해에만 27% 급등했다.

11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 애플은 전날보다 5.18% 하락한 146.5달러에 마감했다. 시총은 2조3711억 달러(약 3040조원)로 쪼그라들었다. 사진은 애플스토어 여의도점의 모습. 뉴스1

11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 애플은 전날보다 5.18% 하락한 146.5달러에 마감했다. 시총은 2조3711억 달러(약 3040조원)로 쪼그라들었다. 사진은 애플스토어 여의도점의 모습. 뉴스1

애플이 전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며 긴축에 더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술주의 오름세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미국 노동부는 11일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상승 폭으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3월(8.5%)보다 낮았으나 시장의 예상치(8.1%)는 웃돌았다. 물가 상승 압력이 잦아들지 않으며 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일명 ‘자이언트 스텝’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미국 뉴욕의 자산운용사 잉걸스앤스나이더의 팀 그리스키 선임 포트폴리오 분석가는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최소 1.5%포인트 더 인상하고 우크라이나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술 기업이 자리를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국제 유가도 아람코에는 긍정적 요인이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6%(5.95달러) 오른 배럴당 105.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는 11일 “치솟은 유가는 아람코의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인플레이션을 악화한다”며 “이 때문에 Fed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금리가 오를수록 투자자는 기술 기업의 미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관련 기업 주가는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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