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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만에 끝? 이제 시작할 KT 전진영의 1군 도전기

중앙일보

입력

KT 위즈 외야수 전진영. [사진 KT]

KT 위즈 외야수 전진영. [사진 KT]

6일. KT 위즈 외야수 전진영(24)의 1군 생활이 조금 빨리 끝났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KT는 지난 9일 왼손타자 전진영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지난 3일 2군에서 올라와 6일 만에 내려갔다.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와 잠깐 빅리그에 머문 선수들에게 흔히 쓰는 '커피 한 잔(a cup of coffe)'란 표현처럼 짧게 1군 맛을 봤다.

하지만 전진영에겐 소중한 경험이자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는 2017년 성남고 졸업반이었으나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했다. 타율 0.315, 도루 9개를 기록했지만 177㎝·77㎏의 작은 체격에 외야수다 보니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경희대로 진학한 뒤 두 번째 드래프트 결과는 같았다. 대학에서도 나름 준수한 타격을 했고, 4학년 때는 주장도 맡았지만 프로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전진영은 "대학에 간 뒤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란 생각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기회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KT가 그의 타격 재능을 보고 육성선수 입단을 제안했다. 2군에서 그는 1년간 죽을 각오로 배트를 휘둘렀다. 지난해 퓨처스(2군) 리그 성적은 76경기 출전, 타울 0.310, 22타점, 7도루. 전진영은 "서용빈 KT 2군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가 생각보다 많이 경기를 뛰게 해주셔서 놀랐다"고 했다.

KT 위즈 외야수 전진영. [사진 KT]

KT 위즈 외야수 전진영. [사진 KT]

대졸 출신인 서용빈 감독 역시 드래프트 순위가 높은 편이 아니다. 1994년 입단 당시 전체 42명이 뽑혔는데 41번째였다. 하지만 데뷔 첫 해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는 등 맹활약하며 LG 트윈스의 우승에 기여했다. 서 감독은 전진영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근성과 열정을 높이 사 1군에 추천했다. 올해도 3할대 타율을 이어간 전진영은 마침내 1군 콜업의 기쁨을 누렸다. 육성선수로 입단해 만 2년도 되지 않아 이뤄낸 작은 기적이다.

전진영은 1군에 온 소감을 묻자 "긴장됐지만, 설레고 재밌었다. 관중 앞에서 야구하는 것도 처음이라 재밌었다. 팬들이 응원가를 불러줘서 '아, 내가 데뷔했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웃으며 "여러 선배들이 챙겨주셨다. 특히 성남고 선배인 (박)경수형, (박)병호형, (배)정대형, (배)제성이형이 장비도 주고, 필요한 건 뭐든지 얘기하라고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전진영은 자신의 장점을 정확성과 근성, 패기라고 설명했다. "외야 모든 포지션 다 자신 있다. 조용호 형처럼 정확하고 끈질긴 타격이 내 장점이다. 여기에 경기할 때 열정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도 내 강점이고, 슬라이딩 캐치도 거침없이 망설이지 할 수 있다"고 했다.

결과물도 냈다. 1군 데뷔전인 3일 롯데전에선 아쉽게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잡혀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5일 롯데전 두 번째 타석도 범타로 물러났지만, 7일 두산전에선 마침내 첫 안타와 함께 타점까지 올렸다. 4경기 3타수 1안타 1타점.

전진영은 10일 퓨처스리그에서 2번타자로 출전했다. 다시 한 번 빛나는 무대로 가기 위한 도전의 시작이다. "1군에 오니 배울 게 너무 많았다"고 했던 전진영이 '더 많이 배우러' 1군에 올 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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