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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美에 다가서자 中 움직였다...취임식에 '2인자' 보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10일 국회에서 열리는 20대 대통령 취임식에는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카멀라 헤리스 부통령의 남편) 등 역대급 고위 외빈이 참석한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6일 윤석열 당선인이 외교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자리인 취임식에 초청한 대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를 비롯해 초호화 멤버가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무역 등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 인사들이 참석하는 만큼 미국 다가서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윤석열 당선인을 둘러싼 신경전도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강원도 강릉 중앙시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강원도 강릉 중앙시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2인자 보내는 中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6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143명의 주한외교사절을 포함해 약 300여명의 외빈이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식에는 주한 외교 사절을 각국 대표로 기본적으로 초청하고 각국에서 파견하는 고위급 경축 사절을 추가로 받는다.

이번 취임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중국의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이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 중 중국에서 파견하는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인 데다, 이번 참가 외빈 중에서도 가장 급이 높아 취임식준비위는 그를 정상급 인사로 분류해 발표했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오른팔이자 의전상 중국 내 권력 2인자로 꼽힌다. 시 주석 집권 1기(2012년~2017년)에 반부패 사정을 주도했고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2018년엔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인 '7상 8하' 원칙(68세에는 은퇴)을 깨고 69세의 나이로 부주석에 올랐다.

2018년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왕치산 당시 신임 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EPA/WU HONG.

2018년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왕치산 당시 신임 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EPA/WU HONG.

상징성ㆍ실리 챙기며 美 견제

중국의 왕 부주석 파견을 놓고 외교가에선 "상징성과 실리를 모두 챙긴 묘수"라는 평이 나온다. 한국 대통령 취임식 파견 인사 중 역대 최고위급을 보내 한ㆍ미 동맹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라 귀국 후 상당 기간 격리하더라도 무리가 없는 인사를 골랐기 때문이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 사망 선고를 한 윤석열 정부가 외교의 무게 추를 미국 쪽으로 빠르게 옮길까 우려하고 있다. 인수위는 미국, 일본에는 정책협의단을 보내면서 중국은 생략했는데,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중국으로선 내심 초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왕 부주석은 방한 계기 한ㆍ중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ㆍ미 밀착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이뤄지지 않았던 시진핑 주석 방한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취임 전 당선인과는 직접 소통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윤 당선인과 직접 통화했다.

美에선 세컨드 젠틀맨

미국의 축하 사절 또한 동맹을 예우하면서도 오는 21일 한ㆍ미 정상회담까지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고려한 인사로 선별됐다.

총 8명 규모로 단장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으로 '세컨드 젠틀맨'으로 불리는 더글러스 엠호프다. 유대계 변호사인 엠호프는 지난해 5월 한ㆍ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렸던 한국전쟁 영웅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적 있다. 지난해 8월엔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에 미국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지난 2020년 미국의 대선 기간부터 아내의 선거 운동을 도왔고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하며 아내를 외조하고 있다.

미 정부 각료로는 보스턴 시장을 지낸 정치인 출신의 마틴 월시 노동부 장관과 한국계인 토드 김 법무부 환경 및 천연자원 담당 차관보가 온다. 린다 심 백악관 대통령 특별보좌관도 방한하며 현재 공석인 주한미국대사 직을 대신 맡는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대사 대리도 취임식에 참석한다.

이외에도 미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과 의회 내 한국 연구 모임 의장을 맡으며 지한파로 꼽히는 아미 베라 의원도 방한한다. 민간에선 이례적으로 소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가 취임식에 참석한다.

2022년 4월 미 캘리포니아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남편 더글라스 엠호프가 함께 손을 흔드는 모습. REUTERS/Mike Blake. 연합뉴스.

2022년 4월 미 캘리포니아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남편 더글라스 엠호프가 함께 손을 흔드는 모습. REUTERS/Mike Blake. 연합뉴스.

日 정부 대표는 아직

일본에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온다. 정부 측 인사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 외상의 방한이 이뤄진다면 4년만으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식 이전에 임명된다면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도 가능하다. 일본 측 사절은 지난달 한ㆍ일 정책협의단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전달한 윤 당선인의 친서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답장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ㆍ한 의원연맹 회장,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曽根弘文) 전 외상 등도 방한한다. 나카소네 전 외상은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의원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외의 국가에서도 현직 정상급 인사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주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참석한다. 윤 당선인은 취임식 후 각국 사절단 등 외빈의 예방을 받는데 전례에 비춰보면 취임식 당일부터 이튿날까지 '취임식 외교'가 계속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취임식에는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탈북 국군포로 3명이 초청됐다. 박주선 위원장은 "6ㆍ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의 포로가 돼 강제 억류를 당하고 노역하다가 반세기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3명의 참전 유공자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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