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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꽂힌 '경제안보비서관' 왕윤종 "中에 대한 환상 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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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안보비서관으로 내정된 왕윤종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이 지난달 25일 모빌리티 분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경제안보비서관으로 내정된 왕윤종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이 지난달 25일 모빌리티 분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중국이 알아서 잘해줄 것이란 기대는 환상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안보비서관으로 내정된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가 2018년 연구보고서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왕 교수는 올해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대중외교 담당자로 나와 3불 정책을 비판하며 “핵심 안보는 타협하지 않는다. 한·중 관계에서 안보문제로 경제문제가 흔들리지 않게끔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왕 교수의 과거 발언에 주목하는 건 그가 맡게 될 직책의 중요성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평소 “경제가 곧 안보고, 안보가 곧 경제”라는 말을 참모들에게 습관처럼 한다고 한다. 슬림한 청와대를 강조한 윤 당선인이 ‘경제안보비서관’을 신설한 것에도 경제안보를 강조한 의중을 드러낸다. 윤 당선인은 1일 국가안보실 인사 발표 전엔 “신설되는 자리인 만큼 각별히 신경써달라(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며 경제안보비서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최태원 회장의 경제 과외교사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을 맡고있는 왕 교수는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현대중국학회 회장도 맡았을 만큼 학계에선 중국 전문가로 불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다 2004년 SK에 영입된 뒤 SK차이나 수석부총재를 역임하며 중국 관련 전문성을 쌓았다. 그가 중국에서 보낸 보고서들은 그를 '최태원 SK회장의 경제 과외교사'라 불리게 만들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우리나라의 첨단산업과 관련한 원재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안보에 있어 중국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왕 교수는 과거 논문이나 세미나에 참석해 경제안보와 관련해 대중 관계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정책과 비교해 ‘강경론’이라 여겨질 발언들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 외교가에선 왕 교수의 인선이 윤석열 정부의 대중정책 예고판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가안보실 인선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가안보실 인선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중국에 대한 환상 버려라”

2018년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책과 비전’ 보고서에 왕 교수는 중국의 사드보복을 언급하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통렬한 경험”이라고 진단했다. 왕 교수는 “정부가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 뿐”이라며 “안보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다. 항상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교수는 한·중 경제장관회의의와 한·중 FTA 공동위원회를 통한 대중 협의 채널 활성화도 제안했다.

보고서를 쓴 이듬해 참석한 전경련 주최의 ‘미·중 패권전쟁과 대응전략 세미나’에선 “삼성전자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이 중국에 볼모로 잡혀있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중국 내수시장에 들어간 기업들은 모두 실패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환상을 하루빨리 깨야 한다”고 했다. 왕 교수는 올해 3월 발간된 국립외교원의 ‘중국정세보고’에선 현실론도 언급했다. 왕 교수는 “지난해 중국은 한국에 가장 중요한 수출 대상국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환경과 사회 거버넌 분야에선 미래지향적 협력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교수가 윤 당선인과,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김성한 고려대 교수와 같은 초등학교인 대광초를 나온 것도 그의 인선에 주목하는 이유다. 왕 교수는 윤 당선인의 2년 후배다. 외교소식통은 “윤 당선인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만큼 왕 교수에게 더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당선인 측 관계자는 “왕 교수의 과거 발언은 연구자로서 했던 것일 뿐”이라며 “대중정책의 예고판이라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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