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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왜 거짓말해" 법정서 고함친 곽상도…50억 퇴직금은?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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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63‧구속기소)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아챙긴 것이“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줬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수사의 ‘스모킹건’인 녹취록을 제공한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의 발언이었죠. 이에 곽 전 의원은 법정에서 “정영학. 정영학!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해”라고 소리쳤습니다.

곽상도 전 국회의원. 뉴스1

곽상도 전 국회의원. 뉴스1

성남의뜰 아니면 더 벌었을텐데…하나은행은 컨소시엄 남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 27일 오전 곽 전 의원 등의 2회 공판 기일을 열었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대장동 재판의 피고인이자 대장동 핵심 증거인 녹취록을 제출한 ‘키맨’ 정 회계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이날 재판에서 곽 전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을 다수 쏟아냈습니다. 곽 전 의원은 아들 퇴직금 명목의 50억원(세금 등 공제후 실수령액 25억원)을 받은 혐의 등(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을 받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에 뛰어든 화천대유가 2015년 2월 사업자 공모 당시 하나은행과의 컨소시엄이 무산할 위기를 겪을 때 도움을 준 대가로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 회계사 역시 그 이유에 대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곽 전 의원이) 도와준 대가’라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검찰이 하나은행 본점의 여신 업무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 중이다. 연합뉴스

검찰이 하나은행 본점의 여신 업무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 중이다. 연합뉴스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빠졌다면 화천대유가 금융 주관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을 위기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이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정 회계사는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유명 브랜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게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상황인데도 구태여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동의했습니다.

전무급 만큼 받아 간 6년차 대리…‘아빠 찬스’ 있었을까?  

정 회계사 말에 따르면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를 한 셈이네요. 정 회계사 증언을 종합해보면 검찰의 의심처럼 곽 전 의원의 청탁이 있었고, 그 대가를 6년차 대리급 직원인 아들이 대신 평생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벌까말까 한 거액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뇌물을 받아챙긴 것이란 뜻이 됩니다.

정 회계사 말에 따르면 화천대유 내에서도 곽씨에게 50억을 지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나 봅니다. 정 회계사는 당시 화천대유 양모 전무는 이를 반대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양 전무는 “절대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 정도(正道)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면서 “곽 전 의원 아들한테 50억 지급하는 부분은 조금 문제가 있는 거 같아 사인을 안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대리로 근무하다 과장으로 퇴직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최종 지급된 돈은 전무인 양씨에게 지급된 금액과 같습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7‧구속기소)씨가 양 전무에게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도와준 대가”라고 달래듯 말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증언입니다.

곽상도 측 “거짓말”, “카더라 대화” 반발했다

곽 전 의원은 발끈했습니다. 오전 재판이 끝나고 재판부가 퇴정한 뒤 어수선한 와중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영학, 정영학,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해!”라고 소리쳤죠. 정 회계사 변호인은 오후 재판이 재개되자 “증인이 많이 위축될 것 같다”고 재판부에 이 상황을 알렸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판 외에 그런 일은 있으면 안된다”고 주의를 줬습니다.

오후 재판에서도 곽 전 의원 측은 “전해전해 들어서 하는 대화나 ‘카더라’ 얘기를 서로 주고받는게 대부분”이라고도 방어했습니다. 앞서 곽 전 의원은 “당시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순항하고 있었던 만큼, 하나은행에 잔류를 요청할 이유가 없던 상황”이라며 “김씨의 청탁을 들은 적도 없고,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저도 모르는 채로 진행된 일로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다”고도 했죠. 민정수석 출신인 곽 전 의원은 대구시장 출마가 유력시 됐지만, 이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고 구속됐습니다.

그러자 정 회계사는 아예 직접 들은 얘기를 제시했습니다. 2020년 10월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노래방에서라고 합니다. 유동규(53·구속 기소)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가 있는 자리에서 비위를 아는 사람들에 대한 입막음 등 용도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주제로 올리면서 “곽 전 의원이 현역이라서 50억을 드리는건 진짜 문제”, “아이들(곽 전 의원 아들) 통해서 주면 된다”, “막내(곽 전 의원 아들)인데 50억을 어떻게 주지”라는 말들이 오갔다는 것입니다.

‘사업 설계자’ 정영학 “하지도 않은 일로 책임질까 봐 녹음”

이날 정 회계사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잘못하면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것 같아 녹음했다”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2019~2020년 사이 김씨와 대화한 내용을 녹음해 검찰에 제출했고, 수사 단계에서부터 핵심 증거 역할을 해 논란의 중심이 돼왔죠.

김만배씨가 2020년 4월 정영학 회계사에 ″돈은 이미 벌어있고 그냥 만배 하나 여차하면 집행유예받으면 되는 거야″라고 발언한 대장동 녹취록 내용.[JTBC 뉴스룸 캡처]

김만배씨가 2020년 4월 정영학 회계사에 ″돈은 이미 벌어있고 그냥 만배 하나 여차하면 집행유예받으면 되는 거야″라고 발언한 대장동 녹취록 내용.[JTBC 뉴스룸 캡처]

김만배씨가 이전 동업자 정재창씨에게 입막음 대가로 건넨 90억원을 자신이 부담했는데 이후에도 자신에게 책임이 전가되는듯해서 녹음하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정 회계사는 “내가 이 사업 대장동 사업에 설계자고 그게 어떻게 보면 온갖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까 봐 두려움을 느꼈다”며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몸이 어려웠고, 김만배 회장 주변에 정치인들이나 고위법조인들처럼 높은 분들이 많아서 두려워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다음 주 수요일에도 해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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