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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1초도 숨쉬고 싶지않다”…대장동 스모킹건 못 틀었다 [法ON]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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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 “사실은 단 1초도 숨을 쉬고 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면제) 50알 먹은거 맞고요”

유 전 본부장 변호인 “제가 오히려 변호인으로서 못할 짓인 것 같아서 어떻게 할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검사 “재판부에 거친 방식으로 항의하는 것은 다른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지난 22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재판 풍경입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은 평소와 달리 오후 2시 반에 서둘러 마무리됐는데요. 심지어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단은 40분만에 퇴정하면서 파행이 빚어졌죠. 이 때문에 이날 예정됐던 ‘스모킹건’ 정영학 회계사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조사 역시 4일 뒤로 미뤄졌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그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잘 알던 사이가 아니고,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오자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의혹에 대해 “술 먹고 집어던진 것”이라고 했다. JTBC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그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잘 알던 사이가 아니고,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오자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의혹에 대해 “술 먹고 집어던진 것”이라고 했다. JTBC캡처

유동규 “죽는 게 자랑이겠냐” “거짓말 탐지기도 응하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23차 대장동 재판에 출석한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피고인(유 전 본부장)에게 하루종일 (재판 때문에) 나와 있으라고 하면 제가 오히려 변호인으로서 못할 짓인 것 같아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며 퇴정해버렸습니다.

앞서 유 전 본부장 측은 서울구치소에서 수면제를 과도하게 많이 먹는 방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적도 없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고 부인해 미스터리로 남았는데, 이날 법정에서도 같은 공방이 반복된 것입니다.

유 전 본부장의 호소는 절절했습니다. 엎드려있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 다른 재판날에 비해 컨디션이 유독 안 좋아보였던 그는 변호인단이 퇴장한 뒤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경험하지 않은 것을 남이 얘기하는 것은 쉽다”고 운을 뗐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 그것(극단적 선택)만이 진실을 알릴 수 있고, 그래서 유서도 써놓은 것”이라며 “재판 안에서도 어떤 편견이 있게 진행된다면 도대체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CCTV가 있기 때문에 뒤돌아서 약을 털어 넣은 것이고, 국과수에 의뢰해도 좋다”는 입장도 내세웠습니다. 법무부의 공식 부인과 달리 지난 20일 자신의 극단적 시도가 ‘진실’이라고 호소한 겁니다.

그는 “정말 그게 너무 답답하고 모멸감을 느낀다”며 “제가 죽는게 자랑이겠냐”고도 항변했죠. “아니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거나 “어떤 요구나 수면 혹은 거짓말 탐지기 모든 것을 동원해서도 수사에 응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검사님들은 논리적으로 말씀하시고 논리를 따지지만, 그 근거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수가 없다”고도 말했죠. 그는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러움증으로 식사조차 어렵다고도 토로했습니다.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연합뉴스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연합뉴스

검찰 “사실관계 확인하자…수치는 정상”

검찰의 ‘논리’도 촘촘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그와 관련된 진행상 어려움에 대해 최대한 이해를 하려고 한다”면서도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해야하는데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식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일 기상 시간에 일어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아 의무실에서 검사를 했으나 정상이었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병원으로 옮겨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비롯한 검사를 했으나 역시 정상이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또 “피고인(유 전 본부장)이 구치소에서 하루 한 알의 수면유도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면유도제는 수면제와 달리 처방전 없이 받을 수 있는 약으로 약효나 부작용이 수면제보다 훨씬 약하다”며 ”CCTV에 피고인이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검찰 역시 “피고인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에 오늘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극단적 시도 여부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진행을 논의하면 어떨까 싶다”고 했습니다.

극단적 선택 직전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사실상 배우자에게 맡긴 뒤 검찰 압수수색 직전 망가뜨려 쓰레기봉투에 버리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입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 창밖으로 투척한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남성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TV조선 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 창밖으로 투척한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남성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TV조선 캡처]

재판부 “오는 29일부터 증거조사 진행”

양측의 공방 끝에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공개는 미루고 오는 29일부터 법정에서 증거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재판부가 양측의 의견을 수렴해 재판 일정을 일단 연기한 것이죠. 원래는 정 회계사의 증인신문을 거쳐 녹음파일 재생을 시작해 4번의 기일을 열어 녹음파일을 재생할 계획이었는데, 29일부터 절차를 진행하기로 바꿨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건강 상태가 재판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강제로 진행할 생각은 없다”며 “금요일(29일) 전까지 건강을 회복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유 전 본부장에게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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