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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나토 정상회의에 尹 초청 방침”…중‧러 동시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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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7일 오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를 만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를 만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미국이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한국 대통령을 초청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이뤄지는 회의로, 참석할 경우 미국의 대중‧대러 견제에 동참하면서 북핵 문제를 글로벌 차원의 의제로 끌어올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미국 측에서 한국을 나토 협의체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이미 몇 달 전부터 검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이런 계획이 구체화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달 초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나토 장관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는데, 이 역시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을 초청하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참석자들은 따로 만나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 4개국 간 파트너십 강화를 논의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고위급 국방 협의를 개최하며 나토 회원국이 아닌 14개국을 초청했는데, 한국은 여기도 포함됐다. 김만기 국방정책실장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다만 아직 나토 측으로부터 정상회의 초청장이나 초청 의사가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에 접수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공식 초청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낼 가능성이 있다.

26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추진해 온 것 중 하나는 아·태 4개국(AP 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을 포함해 나토에 속하지 않는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데 나토의 초점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바이든)대통령이 참석하는 나토 정상회의에는 ‘AP 4’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나토 비회원국과 협력 강화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초대하는 것이라고 블링컨 장관은 설명했다.

한국 등 아‧태 4개국과 나토를 연계하는 방안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대서양 동맹과 태평양 동맹을 유기적으로 연결, 효율적으로 중‧러에 대응하는 게 목적이다. 여기엔 유럽과 아시아라는 지역적 측면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상위권의 글로벌 경제력을 유지하는 대표적 국가들이 한국 등 4개국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중‧러를 견제할 ‘연합군’ 체제를 확고히 갖추려는 것이지만, 한국이 이에 호응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의 안보 이익과 관련된 의제들을 보다 다양한 층위에서 다루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소식통은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안보협의체)-오커스(미국, 영국, 호주 간 안보 동맹)-나토-아‧태 4개국’ 간 고리가 중첩적으로 연결되고 유기적 협력이 가능해진다는 뜻으로, 한국이 특정 협의체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이런 고리의 일부로 연계돼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과거의 ‘북방 3각’ 협력이 다시 급속히 강화하며 한국 역시 연합체로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가운데(25일 열병식 연설)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 참여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할 경우 북핵 문제를 글로벌 무대에서 다루며 대응 수위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25일 북한이 개최한 열병식에서 선보인 전략무기들. 뉴스1

25일 북한이 개최한 열병식에서 선보인 전략무기들. 뉴스1

또 미국의 중·러 견제 구상에 호응하면 한국은 대중 및 대러 외교에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을 향해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등 보다 적극적인 안보 제공을 요구할 명분도 생기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에 한·일 정상이 모두 호응해 6월 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 수도 있다. 5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잇따라 정상외교의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특히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는 등 예상되는 고비들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상 간 만남은 한·일 관계 개선을 추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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