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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단신이 단점? 스트라이크도 저라서 볼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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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 시즌 KBO리그 최단신 선수인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지찬. 키 1m63㎝인 그는 신장이 큰 선수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이 줄어들어 판정에서 이득을 봤다.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KBO리그 최단신 선수인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지찬. 키 1m63㎝인 그는 신장이 큰 선수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이 줄어들어 판정에서 이득을 봤다.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시즌 초반 ‘스트라이크 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타자들은 특히 지난해보다 스트라이크 존이 훨씬 넓어졌다며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 덕분에 이득을 보는 타자도 있다. KBO리그의 최단신 선수인 삼성 김지찬(21)이다. 그의 키는 1m63㎝다.

KBO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트라이크 존의 ‘정상화’를 외쳤다. 야구 규칙이 정의하는 스트라이크 존은 ‘유니폼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이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는 스트라이크 존을 규정보다 좁게 적용했다며 이를 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는 스트라이크 존을 좌우 상하 모두 넓히겠다고 공표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스트라이크 존은 해외 리그에 비해 좁은 편이었다. 아울러 타자별로 키도 고려해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키가 큰 선수는 스트라이크 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키가 작은 선수는 스트라이크 존도 줄어든다.

KBO리그 최단신 타자인 김지찬은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모든 타자들이 너무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막상 시즌이 개막하니까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다”며 “다른 선수들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데 (똑같은 공인데도) 내겐 볼이 될 때가 있다. 키가 작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판정에 있어서 이득을 보는 셈”이라고 했다.

경기 중 1루 코치와 나란히 선 김지찬(왼쪽). 코치보다 머리 하나 만큼 작다. [중앙포토]

경기 중 1루 코치와 나란히 선 김지찬(왼쪽). 코치보다 머리 하나 만큼 작다. [중앙포토]

실제로 김지찬은 올해 지난해보다 많은 볼넷을 얻고 있다. 지난해엔 336타석에서 볼넷 27개를 골랐는데, 올해는 74타석에서 벌써 11개의 볼넷을 얻었다. 비율상으로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볼넷이 늘어났다. 덕분에 출루가 늘어났다. 지난 시즌보다 타율(0.274→0.250)은 낮지만, 출루율(0.331→0.366)은 올라갔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상대가 왼손일 때는 고민하지만 오른손 투수일 때는 계속 김지찬이 1번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찬이 마냥 볼을 기다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지난 26일 LG와의 경기에선 0-4 뒤진 6회 말엔 2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선수타자로 나서 안타를 친 데 이어 타자일순한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서 결승타까지 뽑아냈다. 김지찬은 “한 이닝 2안타가 처음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4월 17일 롯데전에선 프로야구 최초로 1이닝 2안타 3도루라는 진기록을 세운 적도 있다.

김지찬에게 ‘작은 키’는 장애물이 아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키를 신경 쓴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지찬은 “나보다 키가 큰 선수보다 내가 더 잘하면 된다. 작은 키를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강점으로 살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지찬은 빠른 발과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기민한 수비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았다. 2020년 데뷔 이후 2년 연속 20도루 고지를 밟았다. 올해는 6차례 도루를 시도해 100% 성공했다.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대체선수 대비 조정수비기여(WAA)도 유격수 중에선 오지환(LG)과 박성한(SSG 랜더스)에 이은 세 번째다. 이학주가 롯데로 떠난 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김지찬은 팀 선배들이 가장 예뻐하는 후배이기도 하다. 작은 체격에도 투지가 넘치는 데다 스마트하게 야구를 하는 모습 덕분에 선배들의 사랑을 받는다. 삼성 선수들 뿐 아니라 다른 팀 선배들도 김지찬을 칭찬한다. 단신의 내야수 출신으로 2020년 LG에서 은퇴한 정근우는 “김지찬이 내 후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지찬은 “선배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지찬

출생 2001년 3월 8일
체격 1m63㎝·64㎏
포지션 유격수·2루수
출신교 백사초-모가중-라온고
투타 우투좌타
연봉 1억1000만원
경력 2019년 청소년 국가대표
2020년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 삼성 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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