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수완박만 침묵…적당히좀 하시라" 檢발칵뒤집은 임은정 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연합뉴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연합뉴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검찰 내부게시판에 '재심사건' 자료와 함께 "잘못은 잘못으로 겸허하게 인정하고, 고칠 것은 신속하게 고치면서 목소리를 내야 설득력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다른 검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檢 잘못 인정하고 신속하게 고쳐야" 

임 담당관은 27일 이프로스에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 소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제주 4·3사건과 광주 5·18 관련 특별재심 등 국가배상 소송사건을 예시로 들며 "공안시스템에만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이 게시되어 있어 검사 게시판에 급히 소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징계 소송 경험에 대입해 '검찰의 과거 잘못을 인정해야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林, 검수완박 논평은 안하냐" 검사들 비판행렬

임 담당관이 글을 올린 후 수분 사이에 해당 글엔 검사들의 수많은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그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박철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은 댓글을 통해 "임은정 검사님, 개정법률안 시행되면 돈과 힘이 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거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검사들의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이어 "임 검사님의 경험과 식견은 전체 검찰 구성원들이 가진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인데, 그런 단편적인 경험만을 토대로 검찰에 대해 논평하는 모습에 대해 스스로 두려운 생각이 안 드냐"고 덧붙였다.

또 "임 검사님, 부탁이 하나 있다"며 "제가 임 검사님을 부하 검사로 지휘·감독한 후 평가 결과를 상세히 적어 법무부에 보낸 적이 있는데, 이를 정보공개청구한 후 공개해달라. 인플루언서로서 갖는 사회적 위상에 비추어 부장검사로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대중들에게 큰 관심사"라고 비꼬았다. 박 분원장은 2018~2019년 청주지검 충주지청장을 지냈고, 임 담당관은 이 시기 충주지청 형사부 부장검사였다.

다른 검사들은 임 담당관에게 '검수완박' 논평을 요구했다. 공봉숙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온갖 검찰 사건에 대해 다 논평하시면서 '검수완박' 사태에 대한 논평은 왜 안하시는지, '검찰은 해체돼도 할 말이 없다'는 분이 공안부 매뉴얼은 왜 들먹이시느냐"고 했다.

또다른 검사는 "임 부장검사님, 최근 민주당에서 국민에게 피해만 주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위한 개정법률안을 온갖 꼼수와 탈법적인 방법으로 통과시키려고 한다는 목격담은 접한 적이 없으시냐"고 물었다. "부장님 적당히 좀 하시라" "하도 우려서 별 감흥이 없다, 낄끼빠빠(낄때 끼고 빠질때 빠지고) 감 찾으시길" 등의 반응도 있었다.

"감당하고 책임질 수위 지켜 발언"

임 담당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검찰 내부가 격앙된 상태라 조심스럽긴 한데, 지금도 어느 법정에서 재판 받고 있을 과거사 재심 사건 피고인에게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검찰의 사과이고, 검사의 무죄구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다시피 저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구하는 분들도 많고, 저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분들도 많다"며 "이번에는 예상대로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요청하는 검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 징계사유 중 하나가 검사게시판 글 게시였고, 검사게시판 글로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며 언행에 신중하라는 댓글 릴레이 소동도 겪은 바 있다"며 "하여 업무도 업무려니와 국가배상소송, 재정신청, 고발사건 등으로도 바빠 제가 자체 수립한 검찰개혁 2차 5개년 계획의 계속 추진을 위해 필요한 만큼,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수위를 지켜 발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발언 시 관련자들의 고소·고발·손해배상소송은 물론 징계 회부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하고, 관련자가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뗄 경우도 계산해야 하니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른다"며 "필요한 만큼, 감당할 만큼만 앞으로도 발언할 계획"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