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가 더 오른다…3월 생산자물가 상승 폭, 5년 2개월 만에 최대

중앙일보

입력

치솟는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다. 지난달 10년 3개월 만에 4% 넘게 치솟은 소비자물가 오름세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생산자물가가 5년 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3% 올라 3개월 연속 상승, 16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의 과자 매대. 연합뉴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생산자물가가 5년 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3% 올라 3개월 연속 상승, 16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의 과자 매대. 연합뉴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보다 1.3% 오른 116.46(2015년=100)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상승률(1.3%)은 2017년 1월(1.5%)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수 자체로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PPI는 8.8% 오르며 1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손진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산품 지수가 계속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변동 폭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9%, 전년 동월 대비 7.9% 올랐다. 근원 물가의 경우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추이.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한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추이.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PPI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품목에 따라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돼 물가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부문별로는 공산품이 전달보다 2.3%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1년 전보다 14.6% 뛰었다. 국제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석탄·석유제품은 한 달 전보다 15.6%, 1년 전보다는 69.7% 올랐다. 이밖에 농림수산품은 축산물(3.5%)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0.2% 올랐다. 서비스물가는 음식점 및 숙박(0.9%)을 중심으로 전달보다 0.3% 상승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농림수산품 중에는 닭고기(7.1%)와 쇠고기(3.4%) 값이 전달보다 많이 올랐다. 공산품에서는 경유(22.3%)와 맥주(7.6%) 가격의 상승 폭이 컸다.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힘은 전방위적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수입물가, 생산자물가 등이 모두 오른 탓이다. 3월 수입물가지수는 148.8(2015년=1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7.3%, 1년 전보다 35.5% 올랐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이 겹친 결과다.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하는 3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3.7% 오른 121.99(2015=100)로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 3월 평균 유가는 배럴당 113.1달러로, 2월 평균 유가(93.1달러)보다 21.4% 뛰었다. 지난달 수입 밀의 가격도 t당 402달러로 전월보다 8.8%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 도미노다. 예컨대 곡물 가격 상승은 6개월 뒤에 생산자물가 내 음식료품 가격에 반영되고, 다시 2개월 뒤 CPI 상승으로 이어진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발 인플레이션도 부담이다. 중국의 3월 PPI는 1년 전보다 8.3% 올랐다. 중국의 PPI 상승은 중국으로부터 원자재와 완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수입하는 한국에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5%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오름세를 감안한다면 4월 CPI 상승률은 3월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2·3분기까지 4%대의 높은 물가성장률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쓰나미에 CPI 상승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로 1월 전망치(3.1%)보다 0.9%포인트 올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같은 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이 앞으로 1~2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