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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졸속 검수완박 재앙…171명중 50명 속으론 반대할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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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를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 입장문을 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처음부터 민주당식 검수완박에 찬성한 적이 없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에 사보임(지난 7일)된 직후부터 밤을 새우며 법안을 꼼꼼히 본 결과, 졸속 법안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양심에 따라 입장문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 오종택 기자

양향자 무소속 의원. 오종택 기자

입장문은 지난 19일 처음 언론에 등장해 파문을 일으켰는데, 애초 사보임 직후부터 고민을 시작해 지난 18일에 초안이 완성됐다고 한다. 보좌진에게도 알리지 않고 극비로 작성했지만, 자문 그룹에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유출됐다.

먼저 입수한 건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이들은 이날 각자 양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했다. 이후에도 민주당 박광온 법사위원장(19일)과 김태년 의원(20일)은 설득을,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민주당 인사들은 “지지층을 지켜야 한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소신을 지켜달라”는 취지였다.

다만 검수완박 추진을 주도하는 민주당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의원들은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양 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 데 대해선 “강경파 등 국회의원이 한 말이 아니라, 실무진이 그런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했는데 잘못 보도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과 관련해 의견을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과 관련해 의견을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언제부터 반대했나.
“법사위에 사보임 된 후 매일 날밤을 새우며 검토했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일인데, 부작용이 많아 보였다. 복당 문제나 지역(광주) 주민을 생각하면 고민이 많았지만, 저한테 모든 게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정말 양심적으로 해야 되겠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에선 찬성을 전제로 사보임한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수사·기소 분리엔 찬성하지만, 이 법에 대해 저는 찬성한다고 한 적이 없다. 법사위 회의에서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저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답을 정해놓고 하면 안 된다’, ‘졸속은 재앙을 불러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반대 입장 표명은 의외라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밤에 윤호중 위원장이 먼저 알고 연락이 왔다. 만나자고 해서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저는 ‘제가 입장문 쓴 게 맞다. 이렇게 처리할 법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금이 아니면 처리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과 연락했다는 의심도 제기한다.
“천박한 소리다. 상상력이 초라하다. 내가 윤 위원장을 만나던 중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전화가 오긴 했다. 권 원내대표가 ‘어디에 계시든 찾아뵙겠다’고 만남을 요청했고, 나는 ‘만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이건 윤 위원장도 알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강행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를 형해화시키려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꼼수″라고 반발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임위 정수에 맞춰 타당 의원을 강제로 사보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강행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를 형해화시키려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꼼수″라고 반발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임위 정수에 맞춰 타당 의원을 강제로 사보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

민주당에선 다른 설득은 더 없었나.
“윤 위원장 만나고 이튿날(지난 19일) 오후엔 박광온 법사위원장과 만났다. 박 위원장이 ‘조금 기다려달라. 내일(20일) 정의당과도 논의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20일 아침에 갑자기 박홍근 원내대표가 (라디오에서) ‘양 의원이 쓴 게 맞다’고 얘기를 했다.”
박 위원장이 말한 ‘노력’이란 게 뭔가.
“예를 들면 정의당에서 요청하는 ‘시행 1년 유예’를 받든 지 논의를 해보겠다는 차원이었다. 다만 저는 중요한 건 국민의힘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통과하지 않더라도, 수사·기소를 분리하자는 확답을 받아내는 게 우선이다.”  
처럼회 의원들과는 안 만났나.
“처럼회 의원들은 단 한 번도 저한테 전화 안 하셨다. 설득이라도 할 법한데 뒤에서 욕만 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9월 2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김승원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공작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윤영덕, 김승원, 최 대표, 열린민주당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임현동 기자

지난해 9월 2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민형배, 김승원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공작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윤영덕, 김승원, 최 대표, 열린민주당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임현동 기자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은.
“국회의원이 한 말이 아니라, 실무진이 한 말이다. 실무진 사이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던 죄 없는 실무자들까지 떨고 있다’는 취지로 했던 우려다. ‘정부 이양기에 많은 사람이 다친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검찰에 그런 인식이 있다는 건 검찰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  
정치 인생을 걸고 반대 입장을 냈지만, 민형배 의원이 탈당했다.
“정말 경악스러웠다. 들어보니 민 의원 탈당은 박광온 위원장도 몰랐다고 하더라.”  
당내에도 양 의원처럼 소신을 가진 이는 없나.
“우려를 표하는 이는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이때 아니면 못한다.’, ‘지지층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 가지 논리에 굴복했다.”
그럼에도 내심 반대하는 이는 몇 명으로 보나.
“저는 171명 중 50명은 반대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 당은 금태섭 전 의원 학습 효과가 있어서 실제 반대 표결로 이뤄지진 않을 거라고 본다. 어느 누구도 ‘내가 정치를 안 하는 한이 있어도 소신껏 하겠다’라는 분은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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