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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논두렁 그라운드’ 해결 위해 '잔디 어벤저스' 떴다

중앙일보

입력

프로축구연맹이 프로축구 K리그 그라운드 컨디션 관리를 위해 삼성물산 잔디관리연구소와 손잡고 K리그 맞춤형 잔디 관리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이 프로축구 K리그 그라운드 컨디션 관리를 위해 삼성물산 잔디관리연구소와 손잡고 K리그 맞춤형 잔디 관리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열악한 그라운드 상태로 인해 ‘논두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프로축구 K리그 일부 경기장의 환경 개선을 위해 프로축구연맹이 팔을 걷어붙였다. 잔디 관리 및 생육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프로축구연맹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실시한 FC 서울 잔디 컨설팅 현장을 미디어에 공개했다. ‘국내 최고 잔디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받는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를 면밀히 분석해 잔디 및 토양의 상태를 진단하고 최상의 경기 환경 유지를 위한 관리 솔루션을 제공했다.

아시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로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지만, 잔디 관리 부문만큼은 안팎의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K리그1), 서울이랜드 FC(K리그2) 등 몇몇 프로팀의 홈 구장이 열악한 그라운드 상태로 인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데다, 출전 선수들의 부상 위험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열악한 K리그 그라운드 사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FC서울 주장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열악한 K리그 그라운드 사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FC서울 주장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선수들도 목소리를 냈다. 지난 2월 새 시즌 개막 직후 인천과 원정경기를 치른 FC 서울 주장 기성용이 그라운드 상태를 지적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성용은 “프로스포츠 경기인 만큼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이 가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부상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팬들도 경기를 100% 즐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단 두 구단만의 고민은 아니다. K리그 1·2를 막론하고 ‘최적의 그라운드 상태’를 자부할 수 있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에 불거진 이슈 또한 아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컨설팅 현장에서 만난 김경덕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장은 “K리그에서 사용하는 잔디(켄터키 블루그래스)는 서양에서 들여온 품종이라 국내 기후에 맞지 않는 게 궁극적인 문제”라면서 “한꺼번에 모든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 단계적으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잔디관리연구소 산하 연구원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를 확인한 뒤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삼성물산 잔디관리연구소 산하 연구원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를 확인한 뒤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잔디 문제가 불거진 건 경기장 설계 과정에 그라운드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여러 곳에 지어진 월드컵경기장 대부분이 미관에 집중한 탓에 통풍, 일조량 등 잔디 생육 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된 인천경기장 또한 마찬가지다. 김 소장은 “월드컵경기장들과 마찬가지로 인천 경기장 또한 지반이 낮아 바람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아울러 물 빠짐이 기준치보다 훨씬 높아 물이나 비료 등 영양분이 토양에 스며들기 전에 용탈되는 문제도 있다”면서 “뿌리보다는 잎에서 바로 흡수되는 비료로 바꾸고, 송풍기를 이용해 통풍을 돕는 방식을 제안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잔디환경연구소 측은 오는 7월까지 K리그 모든 구단에 대한 그라운드 컨설팅을 마칠 예정이다. 전문 장비를 활용해 잔디의 밀도와 색상, 뿌리내림, 토양 적합성, 물 빠짐, 병충해 여부, 잡초 발생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뒤 상황에 맞는 그라운드 여건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드론을 포함해 열화상 카메라, 근적외선 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정밀 검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삼성물산 잔디관리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드론을 띄워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삼성물산 잔디관리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드론을 띄워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김 소장은 “지난해 처음 진행한 컨설팅 결과 그라운드 지반에 근본적인 문제가 확인된 팀들이 있었다. 몇몇은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리뉴얼했다”면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지속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며 개선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3개 구단의 구장 컨디션을 상향평준화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그라운드 환경 개선 작업을 시행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연구소가 인정하는 우수 사례다. 과거 축구 경기 이외에 각종 행사 및 집회를 병행하며 ‘논두렁’ 논란을 일으켰던 장소지만, 천연잔디 95%와 인조잔디 5%를 병행한 하이브리드형 그라운드를 구성해 합격점을 받았다. 인조잔디가 일종의 뼈대 역할을 해 천연잔디의 지지대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선 공사를 통해 천연잔디 95%와 인조잔디 5%를 섞어 하이브리드형 그라운드로 거듭난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진 서울시설공단]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선 공사를 통해 천연잔디 95%와 인조잔디 5%를 섞어 하이브리드형 그라운드로 거듭난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진 서울시설공단]

김 소장은 “현재까지는 잔디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지만, 향후 혹서기와 혹한기를 거치며 나타날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하이브리드형 잔디에 맞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도입을 확대할지 여부는 올 여름 이후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맹 관계자는 “삼성물산 잔디환경연구소는 1993년 설립 이후 국내 골프장 잔디 관리 기술을 집대성한 기관으로 보면 된다. 담당 연구원들은 ‘잔디 어벤저스’라 부를 만하다”면서 “축구라는 종목 특성, 축구경기 이외에 다양한 문화 행사가 함께 열리는 국내 경기장 특성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K리그 맞춤형’ 잔디 관리 솔루션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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