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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황제’ 로리 매킬로이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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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1일 끝난 마스터스 4라운드. 로리 매킬로이가 18번 홀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홀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핀 위치가 까다로운 마지막 날 경기에서 8언더파를 쳐 대회 최종 라운드 최저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AP=연합뉴스]

지난 11일 끝난 마스터스 4라운드. 로리 매킬로이가 18번 홀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홀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핀 위치가 까다로운 마지막 날 경기에서 8언더파를 쳐 대회 최종 라운드 최저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AP=연합뉴스]

지난 11일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로리 매킬로이(33)는 눈부셨다. 보기 없이 이글 1개에 버디 6개를 기록했다. 겁 없이 클럽을 휘두르던 매킬로이의 모습이 다시 나왔다.

이날 보기가 없는 선수는 매킬로이가 유일했다. 특히 마지막 홀에서는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홀인을 시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매킬로이는 “좋은 성적을 냈으니 내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라운드한 지난해 디 오픈 챔피언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오늘 보니 로리의 샷은 환상적이었다. 나는 항상 로리의 게임을 좋아했는데 내 경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2번 홀에서 매킬로이는 드라이버로 380야드를 친 것 같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이날 8언더파 64타를 쳤다. 그의 마스터스 최저타 기록이었다. 핀이 어려운 곳에 꽂히는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최저타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종라운드를 1오버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합계 7언더파로 끝났고, 스코티 셰플러(미국)에 이어 2위에 그쳤다. 셰플러는 마지막 홀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는데도 매킬로이에 3타 앞섰다.

매킬로이는 2011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역전패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쳤다. 메이저 4승의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우승이 없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마스터스뿐만 아니라 메이저 대회 우승 가뭄이다. 매킬로이는 2014년 PGA 챔피언십 이후 7년 넘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2014년 한해 메이저 2승을 했을 때 금방 10승을 넘을 것 같았지만, 이후 진전이 없다. 20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어서 시간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다.

1라운드가 문제다. 매킬로이는 원래 1라운드 성적이 좋았다. 21세이던 2010년 디 오픈 1라운드에서 메이저 최소타 타이이던 63타를 기록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4년 디 오픈에서도 첫날 66타를 기반으로 우승했다.

2014년 그의 1라운드 평균 타수는 68.15로 세계 최고의 ‘1라운드 플레이어’ 였다. ‘목요일(1라운드)의 황제’라는 별명도 붙었다. 1라운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2라운드 성적이 좋지 않아 ‘괴상한 금요일(freaky Friday)’이라는 놀림을 받았을 정도다.

그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인 2014년 PGA 챔피언십 후엔 양상이 다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2010년~2014년 메이저 대회 1라운드에서 매킬로이의 성적을 합치면 19언더파였다. 그 기간 두 번째로 성적이 좋았던 선수보다 무려 16타 앞섰다. 그러나 이후 27개 메이저 대회에서 매킬로이의 1라운드 성적은 합계 35오버파다.

2015년 이후 매킬로이의 메이저 성적이 몹시 나쁜 건 아니다. 27개 대회에서 톱 10에 14차례 들었다. 이 기간, 매킬로이는 메이저 대회 2~4라운드에서 68언더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4라운드에서 매킬로이보다 성적이 좋은 선수는 브룩스 켑카와 조던 스피스 둘 뿐이다. 켑카는 그 기간 메이저 4승, 스피스는 3승을 기록했다. 반면 매킬로이는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스타트(1라운드)가 좋지 않아서 따라잡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톱 10은 매킬로이에게 큰 의미가 없다. 이번 마스터스처럼 승부가 결정된 이후 잘 쳐서 상위권에 오르는 건 야구에서 0-7로 지고 있는 9회에 솔로 홈런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

매킬로이는 메이저 대회 첫 라운드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듯한 모습이다. 골프에선 “목요일에 우승자가 결정되지는 않지만, 우승 못 할 선수는 충분히 결정된다”는 격언이 있다.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7년 동안 경기를 했다는 평가다. 매킬로이는 “메이저 대회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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