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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반대에…인수위 “새 정부 출범 즉시 양도세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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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혔던 ‘다주택 부동산 양도소득세 완화’ 방침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 정부 주택 정책 기조상 맞지 않기 때문에 시행하려면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이전, 추가경정예산 등을 두고 대립한 신구(新舊) 권력이 또다시 충돌하는 모양새다. 다만 정부는 최근 발표했던 1세대 1주택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을 일시적 2주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했다.

11일 기획재정부는 ‘1세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 관련 이슈 및 인수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금융·세제 및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다수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정책 기조 아래에서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 로드맵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특히 기재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재부는 “현 정부 임기 중에 주요 정책 기조를 변경해 무주택자·1주택자와 이미 주택을 매각한 사람 등에 대한 형평 문제가 나타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재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에 제동을 걸면서, 실제 시행은 차기 정부에서 이뤄지게 됐다. 지난달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브리핑에서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해 정부 출범일인 5월 10일 다음 날 양도분부터 1년간 배제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정부의 거부 방침에 대해 “지난달 언급한 바와 같이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 5월 11일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인수위가 먼저 제안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민심 이반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도 동조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정책 변경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다주택자 규제라는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을 우려한 현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현 정부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새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견제구를 날렸다는 해석도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하향 안정화 추세가 지속되던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라며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기재부는 1세대 1주택 세 부담 경감 혜택을 일시적 2주택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일시적 2주택자는 이사·상속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 기간 2주택을 보유하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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