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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임기 끝나는 한수원 사장…연임 입도 뻥끗 안 하는 산업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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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중앙포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중앙포토

정부가 오는 4일 임기가 끝나는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연임 여부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대로면 정 사장의 연임은 무산될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까지는 사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 연임안을 청와대에 제청하지 않고 ‘내부 검토’ 중이다. 공기업·공공기관 사장이 연임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 산업부 장관 제청 후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 사장에 대한 1년 연임안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산업부만 제청하면 청와대가 정 사장 연임안을 곧바로 재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 사장은 2018년 4월 취임해 3년 임기를 채운 후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만약 이번에 연임에 성공한다면 모두 5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원래 규정대로면 산업부는 정 사장 임기 만료 전 연임안을 청와대에 제청해 승인받거나, 새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연임이나 교체에 대해 어떠한 답도 주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수원 사장 연임이나 교체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해줄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산업부가 정 사장 거취에 입장을 밝히기 꺼리는 이유는 신구 권력 갈등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원래 정 사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돼 정권이 연장됐다면 연임이 확정적이었다. 청와대와 정부도 정권 연장 시 정 사장을 연임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한수원에 준비시켰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로써는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정 사장은 문 정부에서 한수원 사장을 역임하며, 월성 1호기 사건으로 재판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문 대통령의 임기 중이다. 산업부가 윤 당선인이 취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의중을 미리 살펴 정 사장의 교체 절차를 먼저 나서 밟기도 부담스럽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지금 시점에서 정 사장을 연임하겠다고 나서면 새 정부에 ‘찍히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교체 절차를 밟기에는 현재 청와대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며 “아마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후 새 사장 인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줘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 사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스스로 사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소 중인 공공기관 임직원은 자신의 뜻에 따라 임의사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업부 ‘눈치 보기’가 계속된다면 정 사장은 윤 당선인 취임 전까지 일단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임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체코 원전 수출 및 탈원전 정책 수정 등 굵직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정 사장 새 사장 선임 전까지 어느 정도 임기를 마치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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