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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장에 14살 아들 동반…잔혹 악명 높은 '푸틴의 충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충견'으로 알려진 람잔 카디로프(46) 체첸공화국 수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잔혹한 '얼굴마담'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전투에선 힘을 못 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 카디로프 SNS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 카디로프 SNS 캡처

체첸 수장 카디로프, 159만명 텔레그램에 러시아 선전  

카디로프는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한 달 넘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텔레그램 채널(구독자 159만명)에 우크라이나에 보낸 체첸 부대의 성과를 찬양하고, 러시아의 침공을 옹호하는 글을 100여개 이상 올리고 있다. 카디로프는 지난달 13일에는 "수도 키이우 인근에 체첸 부대와 함께 있다"는 영상을 올리고, 지난달 29일에는 가장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고 있는 마리우폴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체첸 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운데)가 14세 아들 아담을 데리고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병원을 방문한 모습. 트위터 캡처

체첸 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운데)가 14세 아들 아담을 데리고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병원을 방문한 모습. 트위터 캡처

심지어 카디로프는 자녀 12명 중 아직 10대인 아들 3명도 우크라이나 전장에 동반했다. 그중 한 명인 아담(14)은 카디로프가 다친 부하 상태를 보기 위해 마리우폴 병원에 간 영상에 등장했다. 아담은 군복을 입고 소총을 든 모습이었다. 카디로프는 "우리 전우들의 성공을 직접 배우기 위해 아들을 데려왔다. 아담의 나이는 14세"라며 당당하게 소개했다.

대부분 실내에서 촬영한 영상이라서 카디로프가 실제로 최전선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은 카디로프가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웠다면서 육군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시켰다. 영국 가디언은 "카디로프가 이끄는 체첸 부대가 선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카디로프와 그의 부대가 극악무도하다고 알려져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납치·고문·살인 악명 높은데...우크라에선 힘 못 써

체첸 군인들이 3월 29일 수도 그로즈니에 모인 모습. AP=연합뉴스

체첸 군인들이 3월 29일 수도 그로즈니에 모인 모습. AP=연합뉴스

2000년대 중반부터 체첸의 최고 권력자가 된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무력으로 집권하고 있다. 민간인 납치, 고문, 살인 등으로 악명이 높은 민병대를 동원해 각종 인권유린 행위를 저질렀다. 성소수자를 강제 수용하고 반정부 활동가는 암살했다. 이에 카디로프와 그의 부대가 참전한다고 했을 때 러시아군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예상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디로프의 체첸 부대는 비장의 카드"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전장에선 예상했던 모습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은 "카디로프와 그의 병사들이 무시무시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성과는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 발표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을 위해 온 체첸 특수 부대는 무력화됐다. 수도 키이우 서쪽 부차에서 파괴된 대규모 차량도 체첸 부대 소속으로 드러났다. 또 전쟁 초기 호스토멜 공항에 착륙하려던 체첸 병사들은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받아 수백명이 사망했다.

체첸 민병대가 알려진 것과 다르게 전투에 뛰어난 부대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체첸의 민병대는 주로 전투보다는 헌병 임무를 했다. 2017년 시리아 전쟁 때도 헌병대대로 파병됐다"고 전했다. 카디로프는 이번 전쟁에 1만명을 파병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불분명하다. 조지아 국제전략연구재단의 알렉산드르 크바카제 연구원은 "실제로 배치된 인원은 4500명에 불과하다. 체첸 내부 정치 상황을 단속해야 하므로 인원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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