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검장' 되자 사표낸 이완규…尹, 위기때 직접 SOS 친 이유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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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2020년 12월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출석하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2020년 12월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출석하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1월 24일 결국 터질게 터졌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드는 측근 학살 인사를 벌인 끝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겨냥해 검찰총장 직무를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한 일이다.

추 전 장관이 당시 윤석열 당선인을 총장직에서 몰아내기 위해 들었던 이유는 ▶️주요 사건 재판부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6가지였다.

당시 윤 당선인으로서는 검사징계위원회부터 직무 배제와 징계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등을 전력으로 맡아 줄 적임자가 필요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추 전 장관이 무리하다는 평가가 중론이었지만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검사징계위부터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위원 구성의 전권을 가졌고, 대통령 결재가 떨어진 징계 결정을 법원에서 뒤집어야 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검사 생활 최대 위기의 순간 직접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 이가 바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출신인 이완규(61·23기) 변호사였다. 당시 윤 당선인의 법적 대응을 돕겠다고 자원한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이들의 자원을 고사하고 윤 당선인이 이 변호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법조계에선 “검찰 내 최고 형사법 이론가였던데다 제일 마음 편한 사람이니까”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변호사는 손경식(60·24기), 이석웅(63·14기) 변호사와 함께 윤 당선인을 소송전을 도왔다.

똑 닮은 두 사람…늦깎이 연수원 동기·소신파·법치주의자

윤 당선인이 이 변호사에게 편한 마음을 가진 데는 대학 때부터 오랜 친구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은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창으로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두 사람 모두 연수원 기수가 또래보다 많이 늦었다. 알려진 것처럼 윤 당선인은 사법시험을 9수 만에 합격했고, 이 변호사는 서울대 박사과정을 밟다가 늦었다. 이 변호사는 윤 당선인보다는 사법시험에는 한 해 먼저 합격했으나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다가 연수원 입소를 늦춰 23기 동기생이 됐다.

둘은 검사 시절엔 권력에 굽히지 않는 소신파로 통했다. 이 변호사는 2003년 초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진 ‘전국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해 대통령의 면전에서 검찰 인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대검찰청 연구관이었던 이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가진 이 제청권, 실질적 인사권을 가지고 정치권의 영향력이 수없이 저희 검찰에 들어왔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검찰과 정권 사이 긴장감이 높을 때였다.

대검찰청 연구관이었던 이완규 변호사(왼쪽)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 유튜브 캡처]

대검찰청 연구관이었던 이완규 변호사(왼쪽)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 유튜브 캡처]

그의 소신은 친구인 윤 당선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당시 대전고검 소속 검사였던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될 때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법무부 장관이 공석인 상황에서 장관의 제청 없는 대통령의 중앙지검장 임명은 법과 제도에 어긋난다”면서다. 이 변호사는 당시 부천지청장으로 검사장 승진을 앞둔 시점이었지만,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그래서 당시 윤 당선인과 이 변호사 사이가 갈라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했던 것이지 윤석열이 중앙지검장이 되는 것 자체를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해도 절차를 지키지 않고 권한이 남용되는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고 주변에 설명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역시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팀장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혀 국민에게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법과 원칙을 신봉하는 철저한 법치주의자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4일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검수완박)'에 반발해 검찰총장직을 스스로 던지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변호사 역시 뼛속까지 법치주의자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점을 낱낱이 분석한 저서 『2020년 검찰개혁법 해설』에서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법치주의와 법체계 및 법 이론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그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평상시에는 공개적으로 발언을 잘 하지 않지만 법치주의가 위협받는 순간엔 언제나 목소리를 높여왔다.

尹 행정소송, 최대 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이 변호사는 이른바 ‘추·윤 갈등’의 클라이맥스 국면에서 윤 당선인이 정치 참여의 명분을 쌓는 데 큰 도움이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 전 장관의 영향력이 컸던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사유에 대한 집요한 반박과 징계위원 기피 등 절차적 문제 제기까지 전략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행정법원은 윤 당선인에 대한 직무배제를 집행정지한 데 이어 ‘정직 2개월’ 징계도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결재한 윤 당선인에 대한 징계의 효력이 정지되자 당시 법조계에선 “윤석열의 완승, 추미애의 완패”라는 평이 나왔다.

다만 만만찮은 과제도 남아있다. 징계취소 본안 소송에서는 달라진 재판부가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 등 징계 사유 일부를 인정하면서 윤 당선인이 패소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 신분으로 바뀌어도 항소심에서 정당성 회복을 위해 끝까지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법률대리인 이완규, 손경식 변호사가 2021년 10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패소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법률대리인 이완규, 손경식 변호사가 2021년 10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패소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尹정부 검찰·사법 정책에 직간접 영향 줄 듯

이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대선주자가 된 이후엔 선거 운동엔 나서지 않고 손경식·이석웅 변호사와 함께 윤 당선인 본인과 가족 사건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네거티브 대응을 측면 지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하진 않고, 형사사법 이론가로서 연구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그가 윤석열 정부의 검찰·사법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그는 『2020년 검찰개혁법 해설』에서 문 정부에서 강행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검찰의 문제는 검찰이 특별수사를 너무 많이 함으로써 거대권력화되고, 그 특별수사에 있어 정치적 편향성이나 불공정, 권한남용 등의 폐해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자는 것이고 그 방향은 적절하다고 본다”면서도 “검찰이 담당하고 있는 특별수사 영역을 치안 관련 범죄 수사를 해야 하는 경찰이 담당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담당하는 특별수사 기능을 담당할 사법경찰기구를 경찰과는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공수처를 소규모의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구가 아니라 검찰이 담당하는 특별수사영역을 담당할 수 있는 대규모 수사기구 즉, 국가수사청을 설립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윤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권이 있으니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폐지해도 되고 이는 세계적 추세"라며 "기소배심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검찰평의회 등의 별도의 제도를 통해 검찰총장을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참여형 통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그는 "윤 당선인이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는 이야기는 자신은 검찰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인데, 오히려 거꾸로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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