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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조국·홍남기…동부지검 캐비닛 속 '블랙리스트' 심상찮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력 이양기의 신경전을 펴고 있는 신구 권력의 시선이 서울동부지검에 집중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산하 기관장들의 사직을 압박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지난 25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다. 특히 동부지검은 유사한 ‘블랙리스트’ 사건이 산적해 있다. 언제든 문재인 정부 고위인사들이 동부지검의 수사 대상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국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 뉴스1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확정되자 압수수색

산업부 압수수색은 기업·노동범죄전담부(최형원 부장검사)가 진행했다. 산업부 인사 관련 부서를 비롯해 원전 관련 부서를 수색해 서류와 PC 등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으나 이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했던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같은 해 8월 좌천성 인사 후 사직하고, 국가보훈처·원자력 관련 공공기관 고발 건이 2020년에 나란히 불기소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서울동부지검 측은 이번 수사가 전격적으로 진행된 배경에 대해 “법리 검토를 위해 유사 사건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징역 2년이 선고된 원심이 확정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이 판결은 김 전 장관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 피해자로 지목된 전직 한국전력 산하 발전사 사장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9월 초 산업부 국장으로부터 ‘사표 요청이 오면 제출해 달라’는 정부 입장을 전달받았다. 사표를 내자 하루 이틀 만에 수리됐다”고 주장했다.

2019년 2월 25일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및 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가 열렸다. 김도읍 의원(오른쪽)이 정부 부처 블랙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2019년 2월 25일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및 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가 열렸다. 김도읍 의원(오른쪽)이 정부 부처 블랙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동부지검 캐비닛’에 쌓인 여권 인사 리스트

문제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유사한 사건들이 서울동부지검에 쌓여 있다는 점이다. 동부지검엔 ‘청와대 특감반 330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국무총리실·과기부·통일부·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다.

해당 사건의 피고발인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이 동부지검에서 진행되면서 유사 의혹에 대한 고발이 동부지검에 집중됐다고 한다.

3년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았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이) 3년 동안 뭉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일한 지시사항이 각 정부 부처에 다 내려갔다고 봐야한다. 나머지 사건들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산업부 측은 “이번 압수 수색에 대해 산업부 쪽에서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청와대 등은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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