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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목숨을 '동전 한 닢'에 건다…'지옥의 땅' 마리우폴 쇼크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이 숨기도 벗어나기도 어려운 ‘지옥의 땅’으로 변했다. 러시아가 지난 20일 ‘인도주의 통로’를 열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마리우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일 마리우폴 사람들이 그들의 이웃을 묻기 위해 길가에 구덩이를 파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 마리우폴 사람들이 그들의 이웃을 묻기 위해 길가에 구덩이를 파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대피부터 쉽지 않다.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어 시민들의 탈출을 돕는다고 하지만 그들의 안전은 여전히 보장되지 못한 상태다. 러시아는 지난 20일 인도주의 통로 7개 중 4개의 통로를 열어 7300명 피란민의 대피를 허용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인 3985명은 마리우폴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피란 행렬 중 일부가 차를 타고 마리우폴에서 불과 9.6km 떨어진 멜레킨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포격 당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페트로 안드루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를 방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다”고 전했다.

20일(현지시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모습. 주거용 건물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불에 타고 있다. [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모습. 주거용 건물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불에 타고 있다. [AP=뉴시스]

설상가상으로 마리우폴은 지난 2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새롭게 합의된 ‘인도주의 통로’ 8곳에서 제외됐다. 마리우폴은 지난 3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첫 인도주의적 합의 이후 수차례 민간인 대피를 시도해왔지만, 계속되는 교전으로 실패하다 지난 14일에서야 첫 대피가 이뤄진 지역이다. 이마저도 얼마가지 못해 여전히 3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도시에 갇혀 있게 된 것이다.

이런 혼돈 상황에서 충격에 빠진 시민들은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갓난 아기를 가진 한 부부는 마리우폴 주거지역에 폭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원래 살던 아파트에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 부부 중 남편이 겁에 질려 아파트를 떠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동전을 던져 (머무르기로) 운명을 결정했다"고 했다.

마리우폴 현지 학교 등 대피소에 있는 시민들도 겁에 질린 건 마찬가지다. 홀로 마리우폴 시민 25명의 도시 밖 대피를 도운 사업가 로만 크루글랴코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대피소에 갔을 땐 대피소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 있는 게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떠나길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매일 밤마다 (건물 등을 향해) 이어지는 공격에도 그들은 콘크리트 벽 밖으로 나가길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7일 마리우폴 임시 대피소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AP=연합뉴스]

7일 마리우폴 임시 대피소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AP=연합뉴스]

크루글랴코프는 마리우폴에 사람들에 대해 “완전히 절망에 빠진 상태”라며 “그들은 지하에서 인도주의 호송대가 오길 기다릴 것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밖에 나가면 따뜻한 음식, 전기, 통신 신호 등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와 같은 거짓말로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 25명을 구출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때문에 일각에선 “푸틴이 마리우폴 민간인들을 굶겨 굴복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리우폴은 지난 1일부터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80% 이상의 주거지역이 훼손됐고, 4일부턴 도시의 전기·수도가 모두 끊긴 상태다. 지난주 폭격으로 주민 약 400명이 대피한 예술학교와 1300명이 숨어 있던 극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AP통신은 21일 사람들이 길거리에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묻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마리우폴에서만 지금까지 최소 2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안드루셴코 시장 보좌관은 2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피소에 숨어 있고 사상자 수는 어떻게 되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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