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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병사월급 인상 공약까지…고물가에 셈 복잡한 기재부

중앙일보

입력

기초연금 인상과 병사월급 200만원 같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현금성 복지 공약을 두고 기획재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연금 예산이 예상 밖으로 늘어나는 상황에 공약 부담까지 더해지면서다.

물가 연동 연금에, 예산 추가 요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2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기획재정부에 기초연금 예산을 2000억원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2.5%)이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기존 예산안보다 많은 돈이 필요해져서다. 기초연금은 소득이 기준액 이하인 만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연금으로, 단독가구 기준 1인당 월 30만원이다.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라 올해는 30만원에서 2.5% 오른 30만7500원으로 확정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편성한 올해 예산안엔 물가상승률을 0.5%로 가정해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실제론 물가가 5배 오르면서 추가 예산이 필요해졌다. 당초 올해 예산안에 반영된 기초연금 예산은 16조1140억원이다. 수급 대상은 628만명으로, 전년보다 30만명 늘었다. 복지부와 기재부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금 대상도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0만원 인상 공약도 부담

문제는 기초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대부분의 연금이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오른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도 예산 소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기초연금을 10만원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기재부는 추가 예산 소요를 계산하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인수위에서 추경이나 예산 구조조정을 검토하라는 요청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점의 문제일 뿐 문재인 정부 예산을 구조조정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에 임기 내 35조4000억원의 재원이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론 연금이 올라가는 만큼 물가와 연동해 올라가는 액수도 커져 이보다 많은 재원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병사 月200만원, 年 10조원 이상 필요

윤 당선인은 청년복지 공약으론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기재부도 재정 소요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역 병사 숫자는 약 30만명이다. 월 200만원 월급 지급을 전제로 단순 계산하면 1년에 약 7조2000억원이 병사 월급으로 나가게 된다. 지난해 병사 월급 예산(2조2000억원)을 빼면 5조원이 더 필요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도천초등학교에 마련된 충무동 사전투표소에서 군인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도천초등학교에 마련된 충무동 사전투표소에서 군인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실제론 셈법이 더 복잡하다. 초임 하사의 기본급이 170만원으로 책정돼 있어 병사 월급이 오르면 간부 월급도 함께 올라야 한다. 장교, 부사관 등 군 전체 인건비를 고려하면 10조원대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월급에 들어가는 국방부 예산이 늘면 첨단무기 개발‧구매 등에 쓸 예산은 감소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확한 액수는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5조원보단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정 한계, 일부 공약 정리해야”

전문가들은 재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거 주겠다, 저거 주겠다 하는 공약이 이번처럼 많았던 적이 없었다”며 “병사 월급 인상 등 다 실현하려면 세입이 배는 늘어야 한다. 실현 어려운 공약은 포기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 상승으로 각종 연금도 재정엔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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