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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불똥, 쿠릴열도로…日, 러 평화조약 중단에 "강력 항의"

중앙일보

입력

우크라이나 사태 불똥이 일본과 러시아 간 영토분쟁으로 튀었다. 러시아가 일본의 대러 제재에 항의하며 쿠릴열도(북방영토)에 대한 일본과의 평화조약 교섭을 중단한다고 밝히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정부가 이에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2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전날 러시아가 발표한 평화조약 교섭 중단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사태는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기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를 일·러 관계에 전가하려는 것은 지극히 부당한 것으로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해묵은 '쿠릴열도' 분쟁…우크라이나 사태로 악화

쿠릴열도는 러시아 사할린 주에 딸려있다. 캄차카 반도와 일본 북방의 홋카이도 사이에 위치한 30개 이상의 섬을 지칭하는데, 이중 이투루프와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 등 4개 섬에 대해 일본과 러시아가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북방영토’로 지칭하는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러시아가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양국은 무비자 교류(1991년), 주민들의 자유 방문(1999년) 등을 이어가며 쿠릴열도를 둘러싼 분쟁 해결을 위해 평화조약 협상을 진행해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공동선언을 하면서 평화조약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일본이 주장하는 영토.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우리 독도(일본 표기 다케시마)를 포함해 북방영토,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자국영토로 표기하고 있다. 북방영토로 표기된 부분이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열도. 외무성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이 주장하는 영토.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우리 독도(일본 표기 다케시마)를 포함해 북방영토,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자국영토로 표기하고 있다. 북방영토로 표기된 부분이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열도. 외무성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쿠릴열도를 둘러싼 양국 간 분위기가 급변했다. 러시아에 대한 자산동결 등 제재에 동참한 기시다 총리는 이달 초 쿠릴열도를 가리켜 “일본이 주권을 가진 영토”라고 지칭했다. 양국 간 오랜 분쟁을 의식해 아베 전 총리마저 ‘고유 영토’라는 발언을 피해온 것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푸틴도 응수했다. 지난 14일 아사히신문·NHK 등 일본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쿠릴열도에 대해 면세 특구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러시아의 면세 특구 결정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일본을 견제하고, 기업을 유치해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평화조약 협상 중단" 발표…높아지는 긴장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러시아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에 개시됐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러시아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에 개시됐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격화하면서 러시아는 한 발 더 나갔다. 러시아 외무성은 지난 21일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한 러시아 외무성의 대응’이란 제목의 성명을 내놓으며 평화조약 협상 중단을 밝혔다. 러시아는 협상 중단 이유로 일본의 제재를 꼽았다. 러시아 외무성은 “모든 책임은 반(反) 러시아적인 행동을 취하는 일본 측에 있다”고 일본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마츠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22일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 강하게 항의한다”고 반발했다. 마츠노 장관은 “러시아로부터 사전 설명이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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