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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인상" vs "속도 조절"…긴축의 시대 맞은 美 갑론을박

중앙일보

입력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빅 스텝(0.5%포인트) 인상’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달 Fed는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 행보를 시작했지만, 물가 폭등을 억누르기 위해 인상 보폭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섣부른 과속이 자칫 경기 불황을 불러올 수도 있는 반론도 만만찮다. AFP=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빅 스텝(0.5%포인트) 인상’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달 Fed는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 행보를 시작했지만, 물가 폭등을 억누르기 위해 인상 보폭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섣부른 과속이 자칫 경기 불황을 불러올 수도 있는 반론도 만만찮다. AFP=연합뉴스

금리 인상이란 긴축의 시동을 걸자, 이젠 운행 속도 논쟁에 불이 붙었다. 폭등세라 할 수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섣부른 과속이 자칫 경기 불황을 불러올 수도 있는 반론도 만만찮다.

제롬 파월 의장도 빅 스텝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게 적절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Fed가 공개한 점도표(dot-plot)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말 기준금리는 연 1.9%(중윗값)다. 올해 예정된 6차례 회의마다 금리를 계속 올리고, 최소 한 번 정도는 빅 스텝으로 움직여야 예상치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 빅 스텝을 위한 정지작업을 해놓은 셈이다.

3월 FOMC 점도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3월 FOMC 점도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플레 방지 위해 0.5%p 인상”…커지는 빠른 긴축 요구

이에 더해 금리 인상의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좀 더 세게 밟아야 한다는 주장의 총대를 멘 것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연은) 총재다. 불러드 총재는 FOMC가 열린 지 이틀만인 지난 18일(현지시간) 성명서를 발표해 Fed가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러드 총재의 주장대로라면 현 수준(연 0.25~0.5%)에서 3%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려면 올해 남은 6번의 회의 중 적어도 5번은 빅 스텝을 단행해야 한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15~16일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9명의 위원 중 유일하게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을 냈다.

'빅 스텝' 주장에 동조하는 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후반과 내년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기 위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겼으면 한다”며 “이는 한 차례, 혹은 여러 차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긴축의 강도와 속도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같은 날 한 경제포럼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Fed가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등 (금리 인상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AP=연합뉴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AP=연합뉴스

긴축의 가속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건 들썩이다 못해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9% 급등하며 40년 만에 최고치 기록했다. 지난해 12월(7%)과 1월(7.5%)에 이어 3개월 연속 7%를 웃돌며 ‘고물가 행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같은 달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수인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10%나 뛰었다.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만큼 돈줄을 더 세게 죄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경제에 금 갈 것”…만만찮은 ‘속도 조절론’

하지만 긴축의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PIMCO) 공동창업자는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연 2.5~3%로 올리면 경제 상황에 다시 금이 갈 것”이라며 “(시장이) 점점 낮은 금리 수준에 적응했기 때문에 고금리는 주택 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좁혀지는 미국 장단기 채권 금리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좁혀지는 미국 장단기 채권 금리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물가 상승)의 공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장단기 금리 차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는 지난해 3월 31일 1.58%까지 벌어진 뒤, 점차 줄면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 0.17%포인트로 2020년 3월 9일(0.16%포인트)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단기물 금리는 통화정책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Fed가 올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 반면 장기물 금리는 물가와 경기 전망 등이 반영되는 만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성장 악화에 대한 우려로 장기물 금리가 떨어지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뒤 1~2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던 역사적 사례 등이 있는 만큼 시장이 이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때문에 Fed가 ‘금리 인상 시간표’를 지키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드류 매투스 메트라이프투자매니지먼트 수석시장전략가는 “공급망 병목현상과 에너지 가격(상승)과 같이 Fed의 통화정책과 관련 없는 요소들이 많은 탓에 실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Fed가 시사한 대로 금리를 올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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