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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보다 더한 軍중궁궐"…'용산 대통령'에 이런 우려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용산 시대’ 개막이냐 또 다른 ‘군(軍)중궁궐’이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광화문 정부청사 집무실-총리공관 관저' 마련 방안이 유력했지만 국방부 청사 집무실 카드가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사진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광화문 정부청사 집무실-총리공관 관저' 마련 방안이 유력했지만 국방부 청사 집무실 카드가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사진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뉴시스]

서울시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가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로 급부상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7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용산 대통령을 환영한다’는 분위기와 ‘광화문이 아니면 굳이 용산으로 올 이유가 있느냐’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인 만큼 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방부 청사가 유력한 집무실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다. 서울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와 비교해 경호가 수월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대통령은 최고 명사…용산 이미지 업그레이드”

용산구 주민인 홍모(41)씨는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고 명사 아니냐. 그런 분이 용산에 머물면 용산의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이 서울의 지리적 중심지에서 명실상부한 정치·행정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감의 표시다. 용산은 고려 숙종 때 처음 도읍지로 주목을 받았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접하고 있어 일제의 병참기지, 미군의 주둔지로 활용됐다.

국방부 주변 상인들은 유동인구 증가로 주변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방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55)씨는 “근처에 정부기관이 들어서면 상권이 살아나지 않겠냐”며 “요즘에 코로나 때문에 국방부 공무원들이 출근을 안 하는지 매출이 줄었는데,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아무래도 장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윤 당선인 측은 용산 미군기지 일대가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하면 대통령과의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11일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가 한눈에 보인다. 최영재 기자

지난 3월 11일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가 한눈에 보인다. 최영재 기자

“‘용산 대통령’은 군 문민화 이전 떠오르게 해”

반면 광화문이 아닌 용산 이전은 기존의 청와대와 다를 바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국방부 주변에 합동참모본부 등 군 시설과 일부 미군 시설들이 남아 있어 구중궁궐(九重宮闕)보다 더한 ‘군(軍)중궁궐’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모(40)씨는 “경호를 따질 거면 산속으로 들어가지 왜 청와대 바깥으로 나오나. 광화문은 ‘촛불’ ‘자유’ ‘민주’ ‘광장’이란 상징성이라도 있는데 용산은 군 문민화 이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기관이 들어서면 일대가 잇단 집회·시위로 소란스러워질 것을 염려하는 주민도 있었다. 용산에 25년 거주해온 임모(72)씨는 “점잖게 살고 있는데 집회 시위로 시끄러워질 걸 생각하면 걱정”이라며 “조용히 살고 싶은데, 삼각지를 떠나야 할까 봐 걱정이다. 난 윤석열 당선인을 찍었지만,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반대”라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처, 군과 함께 청와대 내·외곽을 경호하는 경찰은 집무실 이전에 대비해 경호와 교통 문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시급한 건 집회·시위 관리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만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구역으로 설정돼있다. 집무실은 빠져있다.

윤석열 당선인, 용산 국방청사 집무실 유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윤석열 당선인, 용산 국방청사 집무실 유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광화문이냐 용산이냐에 따라 경찰 대비책 달라져

경찰 관계자는 “집무실이 광화문이었으면 핵심 과제가 집회·시위 대비책이었을 것이고, 용산으로 간다면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주변 삼각지역 인근이 상습정체 구역이어서다. 이 관계자는 “관저에서 집무실까지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는 데다 외부 행사에 나갔다가 들어오고 하는 횟수까지 포함하면 국방부 주변 교통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교통 불편 최소화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가 인도와 바로 붙어있는 것과 달리 국방부는 대로변 안쪽에 자리해 경호 여건은 나은 편이라고 한다.

용산구의 한 주민은 “청와대가 이전해야 할 시점은 맞다고 본다”면서도 “적게는 수백억 원이 들어가고 5년마다 바꿀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에 폭넓은 검토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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