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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2000원 시대…하이브리드카 살까 “15개월 대기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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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하이브리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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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박상현씨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휘발윳값 때문에 요즘 자동차 타기가 겁난다. 박씨는 17일 “주말 나들이도 행선지를 고민한다”며 “차를 타고 멀리 나가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 그랜저 가솔린 모델을 샀다는 김모씨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광화문까지 매일 출근하는데 기름값이 부담스러워서 새 차를 모셔두고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전국의 휘발윳값은 L당 2000원을 돌파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2003.42원, 서울은 2088.23원이다.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는 L당 2959원에 이른다.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은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연도별 차량 판매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도별 차량 판매량.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새로 차를 사려는 소비자는 선택지가 복잡해졌다.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을 사려다가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를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유가 시대에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다.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엔진 외에 전기모터가 함께 장착돼 주행 환경에 따라 전기모터의 힘으로만 차량이 구동돼 연비가 뛰어나다.

또 전기차를 사고 싶지만 부족한 충전시설과 비싼 차량 가격에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이 하이브리드카에 고개를 돌린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전동화 추세가 뚜렷해 내연기관 차를 사기가 꺼려진다”며 “그렇다고 전기차를 사자니 충전 문제 때문에 아직은 진입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국산·수입차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약 24만 대로 전년(17만 대)보다 36% 증가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세 배로 늘었다.

작년 잘 팔린 하이브리드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작년 잘 팔린 하이브리드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기차는 지난해 10만여대가 팔렸다. 판매 증가세는 가파르지만 아직은 전체 대수에서 하이브리드카의 절반도 안 된다. 반면 가솔린·디젤 모델 판매량은 2017년 157만여 대에서 2019년 150만여 대, 지난해 126만여 대로 꾸준히 줄고 있다.

유가가 급등한 올해 들어선 이 추세가 더 뚜렷해졌다. BMW의 경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530e는 지난 1~2월 800여 대가 팔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하이브리드인 E 350도 지난달 1000대 넘게 판매됐다. 벤츠 관계자는 “이달 들어선 구매 문의가 평소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엔카닷컴이 이달 3427명을 대상으로 향후 사고 싶은 차종을 묻자 세 명 중 한 명꼴(31%)로 하이브리드카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전기차(28%), 가솔린(24%), 디젤(14%) 순이었다. 지난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선 가솔린·디젤 차량을 사겠다는 답변이 65%였다.

하지만 최근 하이브리드 인기가 좋다 보니 대기기간이 길어진 게 부담이다. 지난해 가장 잘 팔린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지금 계약하면 출고까지 1년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대기가 1년을 넘는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솔린보다 몇 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출고가 늦어지는 건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류난에 원자재 값도 올라 신차 가격을 밀어 올릴 요인이 추가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차를 산 사람이 승자”라는 말도 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하루라도 일찍 사는 게 남는 장사라 생각해선지 요즘엔 사전예약이 순식간에 완판된다”며 “아예 중고차나 렌트를 알아보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도심 주행 위주라면 평소 주행거리와 운전 스타일을 따져 가솔린 차량도 고려해봄 직하다”며 “수입차의 경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상대적으로 출고 기간이 빠른 만큼 최근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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