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총격에 팔 절단한 9세…간호사 감탄케한 소녀의 첫 마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예슬 기자

러시아군을 피해 대피하던 중 총을 맞아 한쪽 팔을 절단한 9세 우크라이나 소녀 사샤. [트위터 캡처]

9세 우크라이나 소녀가 러시아 군인이 쏜 총에 아버지를 잃고, 한쪽 팔마저 절단했다.

1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9세 우크라이나 소녀 사샤가 키이우 인근 고스토멜에 있는 집에서 러시아군을 피해 대피하다가 총을 맞고 팔을 절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때 함께 대피하던 사샤의 아버지는 총에 맞아 사망했고 나머지 가족들은 지하 대피소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사샤는 며칠 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대피소의 주민들이 그를 살리기 위해 백기를 흔들어 이틀 만에 들것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샤를 담당한 센트럴 어핀 병원 전문의는 "총알로 인해 팔에 괴사가 발생하고 있었다"며 "사샤를 살리기 위해 왼팔을 절단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샤는 키이우의 한 개인 병원으로 이송됐다.

며칠 만에 깨어난 사샤는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그는 "팔에 총을 맞은 상태로 앞에 있던 여동생을 쫓아 달렸다. 그런데 같이 뛰던 엄마가 넘어졌다. 이때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다행히 엄마는 총격을 피한 것이었고, 그때 나는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인들이 왜 나를 쐈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사고이고 그들이 나를 다치게 할 의도가 아니었길 바란다"고 했다.

사샤의 담당 간호사는 그의 용기에 감탄했다고 밝히며 "사샤가 나에게 처음 한 말이 '제게 왼손이 있는지 없는지 솔직히 말해주세요'였다. 순간 거짓말을 해야 할지 진실을 말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샤는 매우 강한 아이다"라며 "(팔이 절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사샤는 자신이 건강해질 수 있는지, 꽃이 그려진 분홍색 인공 팔을 가질 수 있는지 물었다"고 했다. 간호사는 "아이들을 총으로 쏘고, 아이의 팔마저 잃게 한 사람들에 대해 너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9번째 생일을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