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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살리는 특별감찰관, 文의 공수처 죽이기?…기능중복 과제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감찰관의 재가동 방침을 밝히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부 기능이 중복될 수 있는 만큼 특별감찰관 제도 시행이 공수처의 권한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 청와대‧여당이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남겨둔 논리도 기능 중복 가능성이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특별감찰관 제도 시행이 부족한 공수처의 수사력을 보완하고, 권력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5년 이석수 당시 초대 특별감찰관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이석수 당시 초대 특별감찰관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고위 공무원을 감찰하는 역할을 맡는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법안들이 통합·조정된 이후 2014년 6월 특별감찰관법이 시행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이 제도를 운영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뒀다. 이 전 감찰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결과 유출 논란으로 2016년 9월 사퇴했다.

文 “특별감찰관, 공수처 합의되지 않아 만든 것”

현 정부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공수처 설립과 엮여 여야의 정치적 쟁점이 돼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5월 28일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공수처 설립의)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의 측근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라며 “특별감찰관 제도는 공수처가 합의되지 않아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기능이 중복될 우려가 있는데 같이 둘지, 특별감찰관 제도를 없앨지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수처가 설립되면 특별감찰관 제도의 존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공수처 설립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연계 조건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내걸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공수처 설립을 밀어붙였고 특별감찰관의 부재 속에 지난해 1월 21일 공수처가 출범했다.

하지만 차기 정권에선 특별감찰관이 ‘부활’하고 공수처의 입지는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4일 특별감찰관 제도에 대해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당선인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인수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당선인에게 보고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특별감찰관 재가동 방침을 밝혔다. 윤 당선인이 15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 산불피해 현장을 방문해 전찬걸 울진군수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특별감찰관 재가동 방침을 밝혔다. 윤 당선인이 15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 산불피해 현장을 방문해 전찬걸 울진군수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특별감찰관 제도가 부족한 공수처 수사력 보완”

반면 공수처에 대해 윤 당선인은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독소조항(공수처법 24조)을 폐지해 검찰·경찰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의 회의감이 계속된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라고도 했다. 이런 만큼 특별감찰관의 부활이 ‘공수처 힘 빼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말 그대로 ‘감찰’이 주 업무인 특별감찰관과 ‘수사’를 담당하는 공수처의 기능 차이가 있는 만큼 당장 두 제도는 별도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우세하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기능이 중첩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며 “두 제도의 공존은 특별감찰관의 감찰이 공수처의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권력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부족한 공수처의 수사력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후 공수처의 입지는 특별감찰관 제도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그간 수사 기관으로서 보여주지 못했던 능력을 향후에는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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